자동차로 현관 앞에 도착하면 정장 유니폼 차림의 도어맨(doorman)이 차 문을 정중히 열어준다. 발레파킹(valet parking)을 부탁하고 자동 회전문을 들어서면 길이가 90?나 되는 넓고 긴 로비가 한눈에 들어온다. 기둥과 벽면은 물론 바닥까지 모두 아이보리색 천연 대리석으로 빛난다. 2층 높이의 천장엔 화려한 갓전등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로비 한켠에 놓여있는 이탈리아제 가죽 소파와 응접세트엔 외국인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마치 특급 호텔에 들어선 것같은 착각이 든다. 그러나 이곳은 호텔이 아니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우뚝 솟아 있는 서울파이낸스센터. 작년 4월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인수해 지난 5월 준공된 이 빌딩이 고급스런 호텔 분위기와 서비스로 외국 금융회사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외국 금융사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명실공히 국제금융회사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것. 지하 8층,지상 30층에 연건평 3만6천5백평인 이 빌딩에 현재까지 입주한 회사는 모두 40여개. 이중 절반인 20여개가 외국 금융사다. 메릴린치증권을 비롯 미국의 스탠더드차터드은행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 월버그핀커스,영국계 바클리은행 슈로더와 토론토도미니언은행 등이 모여 있다. 또 맥킨지 딜로이트컨설팅,언스트&영 등 외국 컨설팅사들도 들어왔다. 조만간 외국은행 3곳과 증권사 2곳,외국 대사관 등도 입주할 계획이다. 서울파이낸스센터가 외국 금융사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호텔 못지 않은 시설과 서비스 때문. 실제 7층에 있는 4백평 규모의 컨벤션센터나 21층의 비즈니스센터는 호텔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의 반문열 한국대표는 "호텔급 빌딩 시설과 분위기가 회사 이미지와 맞아 사무실을 옮겼다"고 말했다. 이 빌딩을 관리하는 코리아에셋 어드바이저스(KAA)는 그런 입주사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리츠칼튼호텔 출신의 관리담당자를 영입했다. 또 외국 금융사들이 주로 입주하다 보니 정보교환이나 협력관계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이를 위해 KAA는 입주사 대표들을 모아 골프대회를 열기도 한다. "첨단 통신·전기설비와 철저한 정보보안·안전시설도 만족스럽다"는 게 월버그핀커스사 관계자의 평가다. 철저한 차별화 전략에 힘입어 임대료가 국내 최고 수준인데도 외국 금융사들이 앞다퉈 이 빌딩을 찾는다. 28층과 29층을 쓰는 메릴린치는 보증금 20억원에 월 임대료만 2억원씩 내고 있다. 평균 임대료도 평당 보증금 90만원에 월 9만원으로 강북권에선 가장 비싸다. 오는 10월말께 오픈할 계획인 지하 1∼3층 아케이드엔 골프 에어로빅 사우나 등을 즐길 수 있는 헬스클럽과 고급 레스토랑,바(Bar)등이 들어올 예정. KAA의 전경돈 마케팅팀장은 "입주한 외국사 직원들이 대부분 고액 연봉자이기 때문에 레스토랑도 최고급만 유치했다"며 "총 5천6백평에 달하는 아케이드는 비즈니스맨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광화문에서도 명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외국 금융사들이 많이 입주해 있는 교보빌딩 영풍빌딩 흥국생명빌딩에 이어 서울파이낸스센터에까지 외국 금융사들이 가득 들어 참에 따라 광화문 네거리는 한국의 또다른 '월스트리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