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얼굴 좋아졌네" 벤처기업에 다니는 K(32)씨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로부터 받은 인사말이다. K씨는 그러나 실제론 업무량이 많아 야근을 하기 일쑤며 일로 인한 스트레스와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 하지만 몸무게는 거꾸로 가고 있다. 직장을 옮겨 생활한 지난 1년간 체중이 9kg나 늘었다. 얼마 전 건강검진 결과에서도 "과체중이니 조심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일을 많이 하면 살이 빠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일중독증(워크홀릭.workholics)은 종종 비만의 주범이 된다. 또 일에 따른 강박관념으로 스트레스가 쌓이면 기력을 상실하고 탈진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정신과 전문의들이 일중독증을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사회적 성인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래서다. 또 하나의 성인병, 일중독증 =일중독증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병리현상이다. 일중독증에 걸린 사람은 대개 운동을 게을리하고 담배와 술을 즐긴다. 또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엔 분노와 증오감까지 느끼곤 한다. 이같은 생활습관과 정신상태는 우울증 고혈압 소화기장애 등은 물론 모든 성인병의 원흉인 비만을 초래한다. 특히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소주 한잔"으로 푸는 직장인은 술과 기름진 안주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고 심장박동이 증가해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및 심장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도 높다. 일 중독자의 공동코드, 음주와 흡연 =음주와 흡연은 비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실 흡연은 근육의 양을 감소시키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뱃살만큼은 예외. 뱃살은 오히려 두둑해진다. 연세대 의대 허갑범 교수팀이 30~69세의 남성 2백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일 맥주 5백cc를 마시는 사람은 같은 나이에 몸무게와 흡연량이 같은 다른 사람에 비해 복부 비만과 성인심장병의 원인인 고중성지방혈증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루 평균 맥주 1천cc 이상을 마시고 동시에 담배를 26개피 이상 피는 사람의 경우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혈중 호모시스테인 농도가 증가하는 반면 이를 예방하는 카로티노이드와 근육 등 세포형성에 필요한 단백질 농도는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정한 칼로리 섭취와 운동요법이 필수 =K씨가 하루 섭취하는 칼로리는 술, 야근때 먹는 밤참 등을 합해 평균 3천5백Kcal. 일반적인 성인 남성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칼로리(2천5백Kcal)의 1.5배가 넘는 열량을 섭취하는 셈이다. K씨가 한달에 1kg의 체지방을 줄이기 위해선 하루 평균 4백kcal 정도를 소비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량으로 따지면 산보 90분, 속보 60분, 조깅 30분에 해당한다. 통상 하루에 1만보씩은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과도한 체중을 한꺼번에 줄이려고 무리한 운동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피로가 가중돼 업무에 차질을 빚어 결국 중도에 포기하기 쉽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고자 한다면 산책과 같은 걷기 운동부터 천천히 실천하는 것이 좋다. 유의할 점은 비만인의 운동은 체력 증진이 아니라 건강 증진이기 때문에 최대 운동 능력의 50~80% 범위 안에서 가벼운 운동을 해도 충분하다는 것. 어느정도 이력이 붙은 뒤에 점차 운동시간과 강도를 높여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와 강박관념을 털어버리고 건강한 생활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갖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만으로 실천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만일 혼자의 힘으로 해결해 나갈 자신이 없다면 전문 비만클리닉을 찾아서 관리를 받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직장인들의 복부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지방흡수를 저지하는 제니칼 등 비만치료제와 적절한 운동 및 식이요법을 처방하고 관리해주는 전문클리닉이 늘고 있다. 실천 초기에 클리닉의 도움을 받는 것도 "작심삼일"을 막는 길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 도움말=오동재 신경정신과 클리닉 (02)3273-9591. 프렌닥터 내과 남재현 원장 (02)556-03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