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학자인 송두율(宋斗律) 독일 뮌스터 대학 교수는 23일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청구가 기각된 데 대해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 16부는 이날 결심 공판에서 송 교수를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고 지목한 황장엽씨의 주장은 진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으나 송 교수가 황씨를 상대로 제기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황씨의 주장은 북한체제의 허구성을 폭로하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송 교수는 "아무리 동기가 순수하더라도 황씨의 주장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본인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사실은 그 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파상적으로 전개된 조선일보 주도의 여론재판과 한나라당의 정치 공세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변호사와 상의해서 '손해배상' 부분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 교수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 소송은 본인과 국정원 사이의 지루한 공방으로 연결됐으며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이 여기에 적극 가세해 색깔공세를 집요하게 펴는 과정에서 전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소송은 단순한 개인적 차원의 명예훼손에 관한 시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는 남북한 사이의 화해와 평화, 나아가 민족통일 문제와 여러모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왔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지난 97년 귀순한 황씨가 안기부 산하 통일정책 연구소가 발간한 '북한의 진실과 허위'라는 책자에서 "송 교수는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와 동일인물"이라고 주장하자 98년 10월 명예훼손에 따른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송 교수는 '8.15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한 일부 인사의 북한에서의 행적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남과북이 서로를 '자기속의 타자'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교수는 "이러한 여유는 하루아침에 생길수 없다"고 지적하고 남북이 자주 만나 '역지사지' 심정으로 상대방을 이해해려들 때 화해도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