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내일부터 나오지마!" "뭘요,그냥 운동삼아 나오는 건데요" IMF에서 발달한 '정리해고 태풍'이 한반도를 사정없이 강타한 98년. 절벽 끝에서 뿌리깊지 않은 나무를 붙잡고 있던 직장인들간에는 이같은 광고카피가 자조섞인 웃음속에 번져나갔다. '명퇴(명예퇴직)'는 이런 암울한 시대상황을 상징하던 대표적 유행어.이 말은 시간이 지나면서 '황퇴(황당한 퇴직)''동퇴(한 겨울에 퇴직당하는 것)'등의 변종을 낳았고 어린 나이에 '잘리는' 직원들에겐 '노가리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라는 말도 인기였다. IMF라는 약어를 이용한 짧은 영어문장도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렸다. 'I'm fired(나 해고됐어)'나 'I'm finished(난 끝났어)'라는 뜻에서부터 'I'm fine(난 괜찮아)'이라는 문장까지 의미하는 내용도 다양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을 꺼리자 대학가엔 '저주받은 학번'이라는 섬뜩한 말이 떠돌았다. IMF와 졸업시기가 겹친 92∼95학번 학생들을 일컫는 이 말은 당시 취업상황을 정확하게 그려냈다. 국내경제에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지는 요즘. "웃음으로 돌아봐야 할 이 유행어들이 최근엔 조금씩 되살아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는 어느 샐러리맨의 말이 한여름 무더위에도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