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장광영 목사)는 20일 일제의 사주에 의한 고종 '독살'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약사발과 최초의 태극기,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화병과 명함, 윤치호 자필 편지 등의 실물 및 사진자료를 공개했다. 사료들은 구한말 서울에서 활동했던 미국 북감리교 아서 노블 선교사 집안에서 보관중인 것들로 감리회측은 최근 노블 집안과 접촉하며 일부는 실물 사진을 찍어왔으며 일부는 사진자료를 넘겨받았다. 정동제일감리교회 김대구 권사는 "독사발의 경우 노블 집안이 일제로부터 넘겨받아 미국으로 가져간 것으로 고종 황제 독살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흑백사진에는 약사발 모양의 그릇과 수저가 놓여 있다. 고종은 이완용과 이기용 등이 지키는 가운데 승하했으며, 역사학계에서는 일제사주에 의한 독살설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실물 사진으로 공개된 이토 히로부미의 화병은 이토가 부임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한 것. 화병을 담은 오동나무 상자에는 '개구리(조선)는 일본 정원에서 놀아라'라고 해석될 수 있는 민족비하의 글이 적혀 있다. 또 구한말 태극기의 창안자인 박영효(朴泳孝)가 처음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태극기도 발견됐다. 이 역시 노블 선교사 집안에서 보관하던 것이다. 이토의 명함과 윤치호의 영문 자필 편지도 공개됐다. 감리회측은 일제하 애국운동의 성지이자 감리교의 선교지인 정동 일대에 '아펜젤러-노블 기념박물관'과 기념공원을 짓기로 최근 결정하고 관련 사료들을 박물관에소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감리회는 이를 위해 애국지사이자 정동제일교회의 5대 담임목사인 현순 목사의 4남 데이비드 현씨에게 건축을 맡기기로 했다. 데이비드 현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한 테마파크인 '리틀 도쿄'를 설계한 바 있다. 박물관이 위치할 곳은 한국 최초의 영빈관인 정동의 '증명전' 자리이다. 김대구권사는 "일제 시대 이토의 안가였던 이곳에는 75가지의 고문 자행 현장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