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해골과 미라 분장을 한 채 1인시위를 벌인 시민에 대해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연행, 즉심에 회부한 경찰의 조치는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집시법 적용 대상이 아닌 1인시위도 시위방식에 따라 경범죄처벌법 등을 적용해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 법원의 첫 판단으로 1인시위의 허용범위를 둘러싼 논쟁을 촉발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지법 형사14단독 신광렬 판사는 18일 서울 종로 도심에서 해골 마스크를 쓰고 온몸에 붕대를 감은 미라 분장으로 1인시위를 벌이다 경범죄처벌법 위반(불안감조성)으로 즉심에 회부되자 정식재판을 청구한 레미콘노동자 김모(40)씨에 대해 벌금 3만원을 선고했다. 김씨에게 적용된 경범죄처벌법 1조24호(불안감조성)는 정당한 이유없이 길을 막거나 시비를 거는 등의 행동으로 타인에게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준 사람 또는 통행이 빈번한 도로.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고의로 험악한 문신을 노출시켜 타인에게 혐오감을 준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씨는 노조설립을 불허당한 비정규직 레미콘 노동자들이 사실상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을 호소력있게 전달하기 위해 이같은 분장을 고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동자들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라지만 다수인이 통행하는 인도에서 시체를 연상시키는 미라 분장으로 시위를 벌인 것은 타인에게 불안감을 주거나 불쾌감을 주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재판에서 1인시위의 적법성 여부는 따지지 않았으며 미라 분장이 타인에게 불안감이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1인시위를 두고 경찰과 갈등을 빚어온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해골복장으로 시위를 벌이는 그린피스 대원들도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처벌해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알몸으로 시위를 한 것도, 교통을 방해한 것도 아닌데 구체적인 피해사실없이 혐오감이라는 주관적 기준으로 1인시위를 제한할 경우 앞으로 곳곳에서 이를 둘러싸고 경찰과 충돌이 더욱 잦아질 것"이라며 우려감을 드러냈다. 과거 집단적 폭력시위를 지양한 선진 시위문화로 평가받고 있는 1인시위는 지난해 12월 참여연대가 국세청앞에서 처음 선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행위예술적 시각요소를 가미, 곳곳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