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매매는 사회적 필요악"

이같은 요지의 대전지법 황성주(黃聖周) 판사의 결정이 최근 일각의 '공창(公娼)허용' 논란과 맞물려 즉각 여성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는 등 사회적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황 판사는 지난 11일 윤락을 알선해 온 스포츠마사지 업주 최모씨(38)에 대해 윤락행위 등 방지법 위반 혐의로 대전지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윤락가나 룸살롱 등을 통해 성매매가 제도적으로 사실상묵인되고 있다" "성매매는 사회적 필요악으로서 일면의 긍정적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등이 기각 사유.

◇ 최근 성매매 판결 등 경향

정부는 성매매를 금하는 '윤락행위방지법'을 더욱 강화, 윤락알선자를 가중처벌하기로 하는 쪽으로 법개정을 추진중이나 법원과 검찰 등 사법기관의 최근 움직임은 사뭇 다르다.

서울지법 윤남근 판사는 10대 가출소녀와 성관계 후 차비 등을 준 혐의로 기소된 남성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성관계의 대가성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사생활과 애정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앞서 검찰은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성매매를 한 청소년을 사법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성계의 강력한 반발로 수면하로 잠복했지만 청소년의 성을 둘러싼 '상이한 관점'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재를 제공했다.

"성 매매는 사회적 필요악"이라는 황 판사의 결정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공창'논란을 공론화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

최근 '성매매 방지를 위한 법적 대안 마련' 공청회에서 상당수 토론자들이 "성매매를 완전 금지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처럼 황 판사와 같은 인식이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탓이다.

◇ 여성계 강력 반발 = 여성계는 이번 결정에 상당한 당혹감을 표하면서 대전지법 항의방문을 포함한 강력한 대응을 강구하고 나섰다.

여성민우회 정강자 대표는 "이번 결정이 성 수요자의 대부분인 남성들의 죄의식을 덜어 주는 빌미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우려된다"면서 "우리 사회의 성수요를 없애려는 운동에 찬물을 끼얹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마약이나 흉악범죄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 당국이 이를 '필요악'으로 치부, 단속을 포기할 수는 없듯이 성매매도 마찬가지"라며 "성매매의 금지는 우리 사회가 합의한 공동선을 추구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대전여민회는 "윤락 알선업자는 처벌해야 마땅하며 자칫 이번 영장기각이 여성들에게 또다른 피해의식을 조장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대전지법의 결정은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남성우위와 가부장적 구조가 낳은 것이라는 게 여성계의 인식이다. 한편으론 '성매매는 필요악' '공급이 있으니 수요가 있다'는 일각의 통념이 힘을 얻을 것을 걱정하는 눈치이다.

여성계는 특히 이같은 논란이 향후 윤락행위방지법의 처벌강화 등 제도적 장치마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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