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형 사립고'(시범학교)의 2002년 시행을 놓고 교육인적자원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교육부는 오는 9월 자립형 사립고를 희망하는 학교로부터 인가 신청을 받겠다고 밝힌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아예 접수업무조차 하지 않겠다"며 시행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태가 번지면서 전교조는 교육청의 주장을,한국교총은 교육부를 옹호하고 나서는 등 교육계에는 내분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립형 사립고 제도가 제대로 시행될지 매우 불투명해졌으며 자립형 사립고를 검토해 온 일선 고교와 이에 관심을 가졌던 학부모들은 상당한 혼란을 겪게 됐다. ◇자립형 사립고 왜 반대하나=유인종 서울시 교육감은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립형 사립고는 '입시 위주의 귀족학교'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교육부가 자립형 사립고 추천 신청 공고를 내더라도 서울에서는 신청을 받지 않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유 교육감은 특히 자립형 사립고의 신설 근거로 제시되는 '교육의 선택권 확대 효과'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명문 귀족고'가 양산될 경우 오히려 부모의 경제력과 같은 교육 외적 요인으로 인해 학생들의 선택권이 제한받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교육감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전교조는 이날 성명을 발표,"현실성 있는 판단"이라고 환영하고 나섰다. 반면 한국교총은 "교육감의 생각이 학교선택권 확대를 바라는 학부모 등의 의견 수렴을 거친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교육부 입장=교육부는 유 교육감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나타낸데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자립형 사립고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김평수 교육자치국장은 "내년부터 30개의 자립형 사립고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시행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립형 사립고는 법에 규정돼 있지 않아 자치체인 시교육청이 반대하면 현실적으로 시행이 어렵다는데 교육부의 고민이 있다. 신청접수와 심사 추천이 강제조항이 아닌 데다 시·도교육청의 자립형 사립고 선정위원회 구성도 자율적으로 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자립형 사립고의 신청을 원하는 고교가 접수거부를 당할 경우 법적다툼이 되는지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 ◇자립형 사립고란=건학이념이 분명하고 재정이 건실한 사립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신청 심사 추천과정을 거쳐 인가하는 학교다. 학생선발과 학사운영 재정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관리한다. 국어 영어 수학 위주의 필답고사 대신 학교별 소질 적성 창의성을 살피는 전형을 통해 학생을 뽑는다. 교과목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56단위 이외는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학교재정은 정부의 지원없이 학교재단 전입금과 학생등록금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등록금이 연간 최고 3백6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싼 편이다. 도입 이유는 기본적으로 교육선택폭을 넓히기 위해서다. 1995년부터 도입이 논의돼 왔으며 문민정부 때 시행유보를 거쳐 지난 7일 내년부터 30개 학교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교육부가 공식발표했다. 고기완·안재석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