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 도읍기(AD 538-660년) 백제 집단 왕릉지구로 평가되는 능산리 고분군 바로 옆에 자리한 능산리 절터(사적 14호)에서 잃어버린백제 옛 사찰 이름과 백제 관위(官位) 명칭 등을 묵글씨로 새겨넣은 목간(木簡) 자료 23점이 확인됐다. 이번 목간 출토량은 백제시대 것으로는 단일 최대량인 동시에 「삼국사기」와「삼국유사」「일본서기」를 비롯한 현존 문헌에는 누락됐거나 전혀 찾아볼 수 없는소중한 기록이 많다는 점에서 백제사 연구를 위한 획기적 자료로 평가된다. 국립부여박물관은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능산리 절터의 중문(中門) 남쪽 부분에 대한 제6,7차 발굴조사 결과 사비시대 백제 목간 23점을 필두로 나무 그릇, 나무 빗, 나무 젓가락, 나무 건축부재 등 유물을 다량 확인했다고 7일 발표했다. 목간이란 묵글씨나 칼로 글자를 새겨넣은 나무막대나 나무판자를 말하는 것으로그 용도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물품 꼬리표 혹은 조선시대 호패와 같은주민등록증 구실을 했을 것이라는 학설이 유력하게 대두돼 있다. 이번 능산리 출토 목간 가운데 '寶熹寺'(보희사)라는 사찰 명칭을 적은 것이 특히 관심을 끌고 있는데 이것이 곧 능산리 절터에 있던 사비시대 당시 사찰의 명칭일가능성이 일단은 큰 것으로 발굴단은 보고 있다. 능산리 절터는 90년대 이후 연차 발굴 결과 백제 금동대향로(국보 287호)와 성왕의 아들 위덕왕의 이름인 창왕(昌王)이라는 글자를 새긴 사리감인 창왕명사리감(국보 288호)이 출토되면서 절터임이 확실해졌으나 유감스럽게도 절의 이름은 알 수없었다. 이와 더불어 다른 목간에는 16등급으로 나눠진 백제 중앙관위의 제11품인 '對德'(대덕)과 6품인 '奈率'(나솔)이라는 글자와 함께 사람이름, 하부(下部)를 비롯한 백제 행정구역 이름, 산림이나 전답에 관련되는 문구 등이 확인됐다. 대덕이나 나솔과 같은 백제 관위 글자가 문헌기록 말고 목간에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이들 목간에 대한 적외선 촬영 등 좀더 과학적인 판독결과가 나오면 이들 자료는 백제사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들 목간과 다른 목제품은 V자 모양 배수로 밑쪽 유기물 퇴적층에서 썩지 않은채 육안으로도 웬만한 글자를 판독할 수 있을 정도로 양호한 상태로 출토됐다. 이들 목간의 구실에 대해 발굴단은 대체로 목간은 상단부나 하단부에 끈으로 묶어 일정한 곳에 고정시키거나 몸에 지니기 위한 V자형 홈이나 구멍을 남기고 있는데비해 이번 능산리 출토품은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 등 기존에 알려진 목간 자료들과는 대단히 특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목간은 연습용으로 제작한 듯한 것도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