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워싱턴 근교에서 발생한 주한미군 군무원 박춘희(여.당시 36세)씨 의문사 사건이 발생 1주년을 앞두고 박씨의 남편이 박씨의 상관들을 성희롱 등의 혐의로 우리 검찰에 고소,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박씨의 남편 남학호(42.한국화가)씨는 "아내의 직속 상관이었던 캠프 캐롤 소속흑인이 아내를 성희롱했고 주한미군 제20지원단 사령관은 이 문제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의 고소장을 3일 대구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박씨는 고소장에서 "지난 3월 유품을 정리하다 아내가 흑인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증거를 발견했으며 이는 아내의 죽음과 연관돼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결정적인 증거"라면서 진상 규명과 처벌을 촉구했다. 그는 또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직후 아내의 소속 부대였던 주한 미군 20지원단과 미군범죄수사대(CID)에 이 흑인을 고소하고 최근까지 10여차례에 걸쳐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면서 "사령관은 직장 성범죄 관리 소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한 미군 20지원단 소속 예산분석관이었던 박씨는 미 국방부 교육을 위해 지난해 8월5일(현지시각) 워싱턴에 도착, 택시를 타고 가다 밤 9시께 도로에 떨어져 숨졌으며 당초 자살로 사건을 마무리하려던 경찰은 유족들의 강력한 항의로 재수사를 벌였으나 9개월만에 자살도 타살도 아닌 사고사라는 얼버무리기식 최종 부검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따라 남씨는 최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벌이는 한편 조지 W.부시 미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내는 등 아내의 의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대구여성회, 미군기지되찾기 시민모임, 주한미군철수 국민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박씨의 성희롱 사건과 관련,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조만간 검찰에 제출할 계획이다. (대구=연합뉴스) 이덕기기자 duck@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