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중이던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이 35일간의 명동성당 농성을 접고 2일 경찰에 자진출석함에 따라 그간의 노.정간 긴장관계가 해소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정부가 구속.수배 노동자 문제를 비롯한 노동정책 전반에 대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고, 투쟁을 더욱 힘있게 조직하기 위해 농성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단 위원장은 98년 3차례 불법파업과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이듬해 8.15특사때 2개월여의 형기를 남기고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99년 9월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 각종 파업과 집회.시위를 이끌다 또다시 수배를 받게 됐고, 검찰은 지난 6월 총파업때 형집행정지를 취소했다. 따라서 그는 곧바로 재수감된 뒤 추가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여 민주노총 지도부의 공백이 불가피해졌지만 민주노총의 투쟁열기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는 농성해제를 위한 반대급부로 민주노총에 '당근'을 제공하는 등 단 위원장 중심으로 똘똘 뭉친 민주노총 달래기에 나선 흔적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는 주5일 근무제 도입 등 산적한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노총과 함께 노동계의 한축을 이루는 민주노총을 제도권내 협상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단 위원장의 자진출석은 민주노총이 99년 2월 각종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탈퇴한 노사정위원회로 복귀하는 전조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즉, 정부와 민주노총 지부도간에 그간 계속돼 온 막후대화를 통해 모종의 '약속'이 있었거나 진행되고 있다는 시각인 것이다. 명동성당측의 퇴거압력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단 위원장이 지도부 수배해제와 대통령 면담 요구 등이 공식 관철되지 않은 상태에서 농성을 서둘러 푼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단 위원장의 경우는 잔여형기를 복역하되 추가혐의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고 민주노총의 올 상반기 투쟁과정에서 구속.수배된 사람들에 대한 '선처' 약속을 한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정부로부터 구속수배 노동자 문제 등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를 약속받았다고 밝히면서도 노사정위 복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사정위 탈퇴는 집행부 의사가 아니라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 대회에서 결정된 사안"이라며 "민주노총이 이번에 정부에게 주는 것은 농성해제 하나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노사정위 한 관계자는 "단 위원장은 재선당시 노사정위에 복귀하지 않고 사측을 배제한 채 정부와 직접 대화에 나서겠다고 공약했다"며 "현재로선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단 위원장의 자진출석은 얻을 것은 얻고 정부와 대결관계를 지속하면서 강경파 중심으로 조직의 결속력을 다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노.정간 대립이 더욱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