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 평천하(電池 平天下)' 국내 유일의 리튬전지 전문생산업체인 광주 하남산단내 ㈜애니셀의 임영우(43) 사장실에 걸려있는 액자의 글귀다. 임 사장은 전지로 세계 제패를 꿈꾸고 있다. 90년대 초반부터 한화 효성 등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었다가 줄줄이 포기한 것이 리튬전지분야다. 오직 기술 하나로 창립 2년만에 외자 4백40만달러와 국내 투자 80억원을 유치해 일약 국내 전지업계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임 사장이 2년 전 맨주먹으로 애니셀을 세우고 기틀을 닦아낸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의 꿈은 결코 허황된 것은 아니다. 임 사장이 창업한 때는 외환위기의 여진이 남아있던 지난99년. 무역업체를 운영하며 눈여겨봤던 리튬전지 분야에 인생의 승부를 걸기로 했다. 반도체 등과 함께 3대 미래 신산업이라 믿었던 전지산업이 유독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사업결심의 동기였다. 임 사장은 재산을 털어 대기업의 사업포기로 졸지에 실업자가 된 연구원 4명을 끌어모았다. 광주 하남산단에 공장도 지었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과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리튬전지의 시제품생산까지 임 사장이 넘어야 할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곧바로 자금난에 봉착했다. 차량과 사택까지 제공하며 붙잡았던 연구원들도 한달을 채 넘기지 못하고 모두 떠나버렸다. 그러나 구원의 손길은 의외의 곳에서 찾아왔다. 99년8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사우나에서였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서울에서 지인을 만나 함께 사우나에 갔던 것이 계기가 됐다. 지인이 농담조로 던진 제안에 임 사장은 사우나 휴게실에서 손님들을 상대로 즉석 사업설명회를 했고 이를 계기로 20억원이라는 거금을 유치했다. 애니셀의 최초 투자유치였다. 무역업을 하다 거래처의 채무를 몽땅 떠안는 벼랑끝을 경험한 후 '목숨을 담보로' 시작한 사업이라는 임 사장의 즉석 투자유치설명회에 투자자들의 마음이 움직였던 것이다. 유치자금을 밑천으로 연구원들을 다시 불러모았다. 임 사장의 집념에 신뢰를 느낀 연구원들도 밤새워 제품개발에 몰두했다. 임 사장은 시제품을 그해 10월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자전'에 출품했으며 중소기업부문 최고기술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SK글로벌과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임 사장의 사업은 순풍에 돛단 배 같았다. 리튬전지 생산라인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지난해10월부터 양산체제에 들어갔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리튬전지 자체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자유치에도 성공했다. 지난해말 미국계 투자회사인 코리아펀드로부터 2백10만달러,유럽계 로스차일드의 SCI아시아벤처로부터 2백20만달러를 각각 유치하는 등 외자4백40만달러를 모았다. "외국기업들이 기술이전을 꺼리는 리튬전지를 1백50여억원을 투자해 1년6개월만에 개발에 성공한 데 대해 지금도 일본 등 외국 리튬전지업체들이 반신반의하고 있습니다. 최소 5년간 5백억원이상을 투자해야 개발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죠" 경영지표상 지난해까지 적자였지만 기술 개발로 연간3천억원대의 수입대체 효과를 냈다는 게 임 사장의 자부다. 애니셀의 올 상반기 매출은 20억원. 하반기에는 리튬전지 선진국인 미국 일본 독일 등지에 5백만달러어치를 수출키로 하는 등 올 매출목표 1백억원의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지난6월초에는 광주시 광산구 평동외국인전용단지에 군수 및 산업용 리튬전지 등 차세대 전지를 생산하게 될 제2공장을 착공했다. 오는2003년 이 공장이 완공되면 리튬전지 1천8백만셀과 박막전지5천만셀을 생산,연간1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 사장은 요즘 'CP300'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있다. 오는2003년 한번 충전으로 한달간 쓸 수 있고 기존 제품의 5분의1 가격인 휴대폰용 리튬전지를 개발,'전지 평천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062)954-1100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