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를 원료로 하는 술은 기원전 3천년경 메소포타미아의 슈메르인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로제타돌의 상형문자에도 파라미드를 건설할 때 맥주를 마시고 힘을 냈다는 기록이 남겨져 있다. 당시의 맥주는 단순히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화나 이뇨효과를 기대하고 마신 흔적이 있다. 요즘 맥주를 처음 대하는 사람들의 첫마디는 "써서 이상하다"는 것. 그런데 이 쓴맛이 최초의 맥주에는 없었다. "이상한 쓴맛"이 없는 맥주의 매력은 반감했을 것이다. 맥주의 쓴맛은 호프라는 독특한 꽃에서 나온다. 맥주에 쓰이는 것은 암꽃뿐이다. 호프의 유효성분은 쓴맛과 좋은 향기를 낼 뿐 아니라 항균성도 가지고 있어 잡균 침입을 방지,저장성을 높여준다. 또 맥주를 투명하게 만들어 주며 신경중추에 작용하여 신경을 진정시키고 수면을 촉진시키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맥주의 쓴맛에 관여하는 화합물은 수백 가지나 된다. 호프에는 여성 호르몬 또는 호르몬 활성물질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호프를 재배하고 있는 농가의 처녀나 주부들은 호프 수확기가 되면 생리가 활발해지고 빨라지며 더욱 매력적으로 된다고 한다. 다른 술과는 달리 맥주에 여성미를 돋우는 호르몬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맥주는 다른 술에 비하면 물에 가깝지만 탄산의 시원한 느낌과 호프의 쌉쌀한 맛이 매력이다. 김빠진 맥주라는 말도 있지만 만일 맥주에서 호프가 빠진다면 정말 밋밋하고 맛이 덜할 것이다. 그만큼 맥주와 호프는 궁합이 썩 잘 어울리는 한쌍이다. 건양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