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에 피신중인 민주노총 단병호(段炳浩)위원장에 대한 성당측의 '퇴거요청' 시한을 하루 앞둔 30일 성당주변은 민주노총과 경찰, 명동성당측 3자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명동성당측이 지난 18일 민주노총에 발송한 공문에서 '7월31일까지 성당에서 철수해달라'고 제시한 퇴거시한이 다가왔지만 단 위원장이 스스로 성당에서 나가려는 움직임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성당측이 수배자 신세인 단 위원장을 피신처인 성당에서 무작정 '쫓아내려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성당측도 "스스로 나간다면 좋겠지만 안 나가고 버틴다면 성당이 달리 어떻게 할 방도가 있겠느냐"며 단 위원장이 퇴거요청에 불응해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퇴거요청'은 성당측이 정부나 신도, 주변상인들의 불편을 감안해 내린 기본입장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우리가 처한 상황을 성당도 알고 있기 때문에 퇴거시한을 넘겨도 강제로 단 위원장을 내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민주노총도 내부적으로 단 위원장이 대책도 없이 마냥 성당에 눌러 앉아 있기에는 부담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눈치다. 이 관계자는 "성당측이 강제로 내몰지 않는다고 해서 마냥 느긋한 것은 아니며 성당측은 물론 정부측과도 다각도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단 위원장 스스로 신변정리를 위한 여건 마련을 정부측에 촉구했다. 단 위원장의 성당 피신이 길어질 수록 애간장이 타는 것은 경찰이다. 민주노총 지도부 체포령이 내려진 뒤 단 위원장의 '탈출'에 대비, 관할 중부경찰서 직원 30여명은 휴가도 미룬 채 성당주변을 지키고 있지만, 경계경비 강화로 생계에 불편을 겪고 있는 상인들과 신도들의 곱지 않은 시선은 경찰로서도 여간 부담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측은 "성당이 단 위원장을 강제로 내보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퇴거요청'도 1차 경고 정도로 보고 있다"며 성당과 민주노총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측과 정부간의 막후협상 등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민주노총과 경찰, 성당측의 '줄다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