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과 27일 서울지역에서 아침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는 등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려 잠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밤에도 계속되는 더위에 지친 시민들은 집 근처 공원이나 잔디밭, 한강변 등에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나와 더위를 피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또 에어컨을 가동하며 심야영업을 하고 있는 도심 대형의류매장이나 심야극장, 헬스클럽, 수영장 등지에도 새벽 2시-3시가 넘도록 더위를 피해 나온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로 인해 밤새 더위에 지쳐 다음날 사무실에서 꾸벅꾸벅 조는 직장인들이 속출하는 등 웃지 못할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연이틀 열대야 =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는 25일 낮 최고 32.3도까지 올라갔던 수은주가 점차 내려가다 26일 새벽 25.6도를 최저점으로 다시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의 경우 서울에서 7월17일(25.1도) 첫 열대야 현상이 나타난 것에 비해 1주일 가량 늦은 것이다. 그러나 27일 새벽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25.3도를 기록, 이틀째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 서울시내 뚝섬, 여의도 등 한강 둔치 곳곳에는 열대야로 잠을 이루지 못한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강변 심야 피서객 = 한강 뚝섬지구의 경우 열대야가 시작된 25일 밤부터 1만5천여명의 시민들이 나와 돗자리를 깔고 미리 준비해온 음식을 먹거나 담소를 나누며 새벽 2~3시까지 더위를 식히다 돌아갔다. 때마침 야외영화 상영도 이뤄지고 있어 가족.연인들이 많이 몰렸으며, 1만8천여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은 거의 만차 수준이었다. 여의도 지구도 열대야가 시작된 이후부터 찾는 시민들이 2만여명에 이르러 평소보다 2배이상 늘었고 4천600대의 차량 수용이 가능한 주차장도 빈공간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이 때문에 평소 하루 1.5t 트럭 1대면 처리가 가능했던 한강공원 쓰레기가 요즘은 5배 가량 늘어나 한강관리소측이 이를 처리하느라 연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심야 쇼핑객 북적 = 동대문 일대를 비롯한 시내 쇼핑타운이나 대형 할인점 등에도 심야 쇼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새벽 4시30분까지 영업을 하는 밀리오레 마케팅팀 김대열(38) 과장은 "동대문점의 경우 심야 쇼핑객들이 평소보다 10~20% 정도 늘었다"며 "패션 타운 주변의 편의점이나 커피숍, 포장마차 등에도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이 붐빈다"고 말했다. 또한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경우도 시원한 실내온도속에 업체측에서 준비한 특별쇼나 놀이기구를 즐기려는 시민들이 몰려, 평소보다 입장객이 10% 이상 늘어났다. ▲심야 영화관 만원 = 서울시내 개봉관들도 심야프로인 오후 10시이후 시작하는 상영시간대를 만들거나 일부 영화관은 아예 다음날 아침까지 연속상영하는 영화관까지 나타나 더위에 지친 영화팬들을 유혹하고 있다. 강남 코엑스몰에 있는 메가박스 씨네플렉스의 경우 평일에도 심야상영시간인 오후 10시이후 상영시간 프로를 10회나 늘려 열대야가 시작된 이후에는 평소보다 20%이상 손님들이 늘었다. 신촌영화나라는 27일 오후11시50분부터 28일 아침 6시까지 최신개봉작인 캣츠앤독스와 쥬라기공원3편, 에볼루션 등 3편을 이틀동안 연속상연하기로 했다. ▲인터넷 게임방 밤샘 성업 = 대학생과 직장인들까지 즐겨찾는 게임방과 PC방 등도 시원한 에어컨 속에서 밤새 인터넷과 게임 등을 즐기는 학생들과 직장인들로 붐볐다. 이처럼 밤에 유동하는 인구가 많아지는 등 심야풍속도가 바뀌자 이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회사 대낮 '꾸벅이족' 등장 = 직장에서는 밤새 더위에 시달린 직장인들이 오전부터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이 많아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강남지역 벤처회사인 Z-NET 대표 이성준(35)씨는 "열대야가 시작된 이후 시도 때도 없이 조는 직원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나도 졸음이 쏟아져 이를 퇴치할 방안을 직원들과 함께 모색중이다"고 말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영향을 미치면서 전국 곳곳에서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며 "열대야 현상은 오늘 밤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나타나겠지만 27일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으면서 더위가 한풀 꺾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여운창 이귀원기자 ynayu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