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못 갚으면 몸으로라도 때워라' 27일 오전 서울 방배경찰서 강력반 사무실. 피해자 진술조서를 받고 있던 A(17)양 등 2명은 빌린 돈을 제 때 갚지 못해 악덕 사채업자 박모(33.서울 강남구)씨에게 시달린 지난 1년간의 시간을 되돌리며 몸서리를 쳤다. 불어나는 연체료를 감당하지 못해 연체료 일부를 면제받는 조건으로 박씨에게 몸을 대주는 신세로까지 전락하게 된 것. 동네 친구 사이인 이들이 박씨에게 돈을 빌리기 시작한 것은 97년 7월부터. 다니던 중학교를 그만둔 뒤 당시 강남에 있는 한 윤락업소에 다니던 이들은 업소 근처에 함께 지낼 자취방을 얻기 위해 소개로 알게 된 박씨로부터 `2개월 만기에 원금의 20% 이자' 조건으로 일단 200여만원을 빌렸다. 그 후에도 생활비 마련 등을 위해 몇 차례에 걸쳐 조금씩 빌리기 시작한 것이 지난해 초에는 각각 500만원씩이나 됐다. 문제는 업소에서 버는 불규칙한 수입으로 원금을 갚아나가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이자와 연체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 다니던 업소를 그만두고 한 의류업체에 판매사원으로 취직도 해봤지만, 불어난 돈을 한꺼번에 갚기에는 역시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사채업자 박씨는 지난해 7월부터 `지방의 윤락가에 팔아넘기겠다'며 이들을 협박하기 시작했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등 폭력도 일삼았다. 이 과정에서 박씨가 A양 등에게 `타협조건'으로 내놓은 것은 돈이 없으면 몸이라도 `제공'하라는 것. `지방 윤락가에 팔아넘기겠다'는 계속되는 협박에 시달리던 이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각각 1, 2차례씩 박씨와 잠자리를 같이 했으며 이 대가로 연체료 중 200여만원을 면제받았다. 또 업소에서 함께 일했던 또 다른 `언니'도 이들의 소개로 500만원을 빌린 뒤제때 갚지 못해 이들과 마찬가지로 사채업자 박씨에게 몸을 제공하는 형편이 됐다. A양은 경찰에서 "처음에는 당장 돈이 필요하다는 절박감에 별 생각없이 사채를 끌어다 쓰기 시작했지만 일이 이 정도로 될 지는 꿈에도 몰랐다"며 "지난 1년간 당한 협박은 생각하기조차 겁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박씨에 대해 청소년의 성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