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외교습 신고제가 고액과외 억제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채 겉돌고 있다. 지난 9일 신고제가 실시된 이후 각 지역 교육청에 접수되고 있는 과외건수는 하루 평균 2~3명. 그나마 한달 수업료가 5~20만원 수준인 소액과외가 태반이다.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고액과외는 꿈쩍도 하지 않는 가운데 "깃털"들만 이따금씩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미는 양상이다. ◇부진한 신고 실적=2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신고제가 시행된 지난 9일부터 2주일간 서울시내 11개 지역 교육청에 자신의 과외소득을 신고한 사람은 총 3백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1개 지역 교육청당 겨우 20∼3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는 얘기다. 신고된 교습료는 대부분 학생 1인당 20만원 이하(한달 기준)였고 최고가 교습료도 40만원에 불과했다. 학생 한명당 2만∼3만원을 받고 있다고 신고한 사람도 많았다. 이들이 가르치고 있는 학생수는 총 2천4백22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서울시내 초·중·고등학생이 1백6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0.2%에도 못미치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우려가 현실로=새로 도입된 과외신고제에 따르면 대학생이나 대학원 재학생을 제외한 개인 과외교습자는 액수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주소지 지역 교육청에 교습과목 교습료 등을 신고해 필증을 받아야 한다. 신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신고했다가 적발되면 1차 적발시 1백만원 이하,2차와 3차 적발시에는 각각 2백만원과 3백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의 과외신고제는 제도시행 이전부터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돼 왔다. 현실적으로 미신고 개인교습자에 대한 단속이 쉽지 않은데다 고액과외의 경우 적발되더라도 과태료가 세금보다 오히려 적기 때문이다. 실제 과외교습자의 월수입이 3백만원을 넘어설 경우 부양가족 유무 등의 사안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세금액이 과태료(1백만원)를 웃돌게 된다. 고액과외를 받는 학부모들이 신분노출을 우려해 신고를 꺼리고 있는 점도 접수율이 저조한 원인이다. 이에 따라 일부 과외교사들은 학부모들과 결탁해 소득금액을 축소하거나 아예 신고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지역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신고자가 적은 것은 제도 시행전부터 이미 예상됐던 결과"라며 "사견이지만 이 제도는 실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보완책은 없나=교육계 관계자들은 소위 '족집게 과외'로 불리는 기업형 고액과외에 대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단속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개선돼야할 사항으로 지적됐다. 서울의 경우 지역 교육청별로 겨우 3명의 공무원이 신고와 단속업무를 맡고 있는 형편이다. 일선 고교의 한 교장은 "현재와 같은 제도는 오히려 과외비 인상을 부추기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며 "단속인력을 고액과외 색출작업에 집중 배치하고 세금이나 과태료 등 규제수단도 현실적인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