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국가안전기획부가 북한의 금강산댐을 대남수공 위협용으로 조작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사건 조작을 묵인했으며 대신 공산권국가에 대한 한국의 무기 수출을 줄이도록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외무차관보를 지냈던 박수길(朴銖吉)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장은 20일 오후 9시55분 방송된 MBC창사 40주년 특별기획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 출연해 '금강산댐 수공 위협'에 대한 한-미간 협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박 전 차관보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안기부가 19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 금강산댐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문구가 삽입되도록 하라고 협상팀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박 전 차관보는 이에 따라 미국에 '협조'를 요청했으며 미국측은 처음에는 CIA등 정보당국의 입장을 들어 금강산 댐이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한국측의 거듭된 요청에 반대급부를 요청하며 이에 응했다고 밝혔다. 반대급부란 한국이 동구권 국가들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줄이라는 것으로 한국은 공산권 무기 수출 통제에 관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한-미 공동성명에 양측의 요구가 모두 포함됐다고 박 전 차관보는 설명했다. 박 전 차관보의 이런 증언은 당시 안기부가 남북관계를 정권 안보에 이용하기 위해 한-미 연례 협상 과정에까지 개입했으며 목적 달성을 위해 방산물자 수출을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국가이익에 손상을 끼쳤음을 의미한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