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시즌이다. 경제가 어렵고 회사가 힘들다고 해도 현대인에게 있어 휴가는 연중 최대 행사다. 가족이나 동료,연인과 함께 하는 모처럼의 재충전 기회를 맞아 바캉스족들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용을 얻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 ◇늘어나는 '도심 휴가족'=서울 양재동에 사는 유모(36)씨는 여름 휴가 1주일중 이틀을 메리어트호텔에서 가족(아내·1녀)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 19만원만 내면 온 가족이 1박2일(오후 2시∼다음날 낮 12시)간 머물며 수영장 헬스클럽 선탠실 등 부대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다 2명까지는 아침을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데 마음이 끌렸다. 또 바로 옆에 신세계 강남점과 마르퀴스 명품관이 있어 쇼핑동선을 줄일 수 있는 점도 이곳을 택한 이유. 메리어트호텔 조혜연 홍보실장은 "전체 4백97개 객실중 매일 1백30여개 객실이 '서머 패키지'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얏트호텔도 오는 8월31일까지 도심휴가족을 위한 서머패키지를 마련했다. 23만5천원만 내면 디럭스룸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야외수영장 체육관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테라스카페에서 아침을 뷔페로 먹을 수도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수족관인 '아쿠아리움'을 피서지로 정한 직장인도 많다. 삼성동 코엑스몰에 있는 이곳은 마치 바닷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냉방이 잘된 극장에서 대형 영화를 관람한 뒤 동대문 일대의 밀리오레 두산타워 등에서 심야쇼핑을 즐기겠다는 '휴가+쇼핑족'도 적지 않다. ◇자연을 '벗'삼아=중소 무역업체에 근무하는 김모(34)씨는 강원도 삼척에 있는 가곡자연휴양림에서 이번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북적거리는 유명 관광지보다는 호젓한 곳에서 맑은 공기를 흠뻑 마시고 오겠다는 계획이다.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가 인근 임원항에서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휴양림을 택한 이유중 하나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권모(26·여)씨는 약혼자와 함께 오는 27일부터 2박3일간 강원도 홍천에 다녀올 예정이다. 여행사가 내놓은 이 휴가 프로그램은 서울에서 난타공연을 관람한 뒤 홍천에 다녀오는 것으로 짜여져 있다. 홍천 인근 계곡에서 맨손으로 송어를 잡고 감자와 옥수수도 직접 따는 프로그램에 벌써부터 마음이 부풀어 있다. 유모(28)씨는 이번 주말에 동창 4명과 함께 동강으로 래프팅(급류타기)을 떠난다. 협동심이 필요한 래프팅을 통해 동강의 비경도 구경하고 서로의 우정도 다질 작정이다. 이밖에 번잡한 속세를 떠나 사찰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선(禪)체험' 프로그램의 경우 직장인들의 참여가 부쩍 늘었으며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수도원이나 '피정의 집'을 찾는 발길도 잦아지고 있다. ◇한국을 떠나자=직장인들의 지갑이 가벼워졌지만 해외여행은 여전히 매력적인 휴가코스다. 고등학교 영어교사인 강모(33)씨는 이번 방학에 동료 교사 2명과 함께 15일동안 프랑스 이탈리아 등 5개국을 돌아보는 유럽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비용이 1백89만원으로 만만치 않지만 방학기간이 외국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 지난 1년간 돈을 모았다. 이동과 숙식을 차 안에서 해결하는 캠핑카 여행은 올해 처음 국내에 선보인 상품. 하지만 입소문이 퍼져 벌써부터 인기다. 오는 22일부터 8월19일까지 28박29일 동안 유럽 7개국을 돌아보는 코스에 1백80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긴 기간에 비해 비용은 2백39만원 안팎으로 비교적 경쟁력이 있다는 게 주관 여행사측의 설명이다. 해외 오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트래킹을 전문으로 하는 한 여행사 관계자는 "오지 탐험이 아직 보편화되지는 않았지만 사진 촬영이 취미인 직장인이나 일부 동호인,젊은 연인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아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주용석·홍성원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