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건설업체들은 아파트 오피스텔 등을 분양할 때 대개 분양대행사를 활용한다. 어떤 수요층을 겨냥, 어떤 마케팅활동을 펼칠 것이냐는 분양대행사의 아이디어에서 나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분양대행사 대표들을 만나보면 십중팔구 그들의 최종목표는 디벨로퍼(developer)라고 말한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디벨로퍼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나 일본의 모리타이 기치로. 이들은 디벨로퍼로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인물이다. 국내에선 분양대행사나 시행사는 난립하고 있지만 디벨로퍼 명함을 내밀 만한 전문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미개척 분야인데다 발전 가능성도 높아 디벨로퍼를 꿈꾸는 이들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엠디엠(MDM)의 문주현(43) 사장은 토지 매입을 제외하고는 디벨로퍼가 하는 역할을 모두 아우른다. 상품에 대한 기획 마케팅 분양 입주업무 등을 모두 손대봤다. 현재 눈여겨 보고 있는 몇몇 땅에 대한 사업성 검토를 마치는 대로 시행에도 뛰어들 생각이다. 나산개발의 본부장을 지낸 문 사장은 주거형 오피스텔, 호텔식 주상복합개발 아이디어를 주택업체에 제공하고 성공적으로 분양을 끝내면서 주가를 올렸다. 외환위기 직후 분당신도시에서 분양대행을 맡은 주상복합아파트인 트리폴리스가 그의 "데뷰작"으로 꼽힌다. 이어 분당 판테온리젠시, 분당 I-스페이스 파크뷰 등의 분양을 통해 이름 석자만 말해도 업계에서 통하게 됐다. 문 사장은 "디벨로퍼는 땅의 효용가치를 최대화하는 한편 시장의 흐름에 맞고 소비자의 욕구에 부합하는 부동산 상품의 코디네이터"라며 "디벨로퍼의 역할을 잘못 해석해 사회악을 낳는 이들도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엠디엠은 올해 매출목표로 2백억원을 잡고 있다. 솔렉스플래닝의 장용성(38) 대표는 분양대행 및 부동산컨설팅업계 입문 6년여 만에 이 분야에서 최고를 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 대표는 "아직 땅을 사 분양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사업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디벨로퍼라고 하기엔 이르다"며 "몇 개의 사업을 추진중이어서 조만간 디벨로퍼로 부각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땅을 구입해 본격 시행까지 담당하려는 순간 토지가 묶인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솔렉스는 삼성동 포스코트, 서초동 리시온, 상봉동 한일써너스빌 등을 기획하고 마케팅을 대행했다. 장 대표는 리츠가 도입돼 이와 연계한 파이낸싱 기법들이 발달해 전문디벨로퍼들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분양대행업은 앞으로 부동산 상품을 통째로 사 분양하는 일종의 판매회사 형태를 띨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엠디엠과 솔렉스가 시행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면 한원은 당초부터 시행사로 출발했다. 한원의 서영무(40) 사장은 "이 분야에선 사업의 원재료인 토지의 가치를 판단할 줄 아는 안목이 제일 중요하다"며 "디벨로퍼라면 설령 못생긴 재료도 훌륭하게 가공하고 부가가치를 극대화해 실수요자에게 안겨줘야 한다"고 자신의 디벨로퍼관을 피력했다. 한원은 경기도 용인 구성 쌍용아파트 1.2차와 분당 아데나팰리스 등의 분양대행을 맡았었다. 앞으로 세차례에 걸쳐 아데나팰리스 8백여가구를 더 분양할 계획이다. 서 사장은 디벨로퍼가 되기 위해선 우수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부동산 이외에 법률 마케팅 회계 등의 전문가 집단과 네트워킹을 형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시공사를 잘 이끌어야 하고 부동산 시장의 정확한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산담보부증권(ABS) 주택저당증권(MBS) 리츠 등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과 연계한 부동산 파이낸싱 기법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디앤에스(도시와 사람)의 김한옥 대표, 프라임산업 백종헌 회장,밀리오레 유종환 사장, 창룡건설 윤호원 사장 등도 소문난 디벨로퍼들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