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5일 서울지역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엄청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을 놓고 서울시의 수방대책이 미흡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시민의 발'인 지하철 일부 구간이 침수돼 불통되는 사고가 '연례행사' 처럼 되풀이 돼 자칫 지하철 이용객이 많은 평일에 이같은 폭우가 쏟아졌더라면 교통대란을 초래할 뻔 했다. ◇ 지하철 침수 = 이번 호우로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청량리, 2호선 신당역, 3호선 대치역, 7호선 고속터미널역 등이 침수돼 1호선 종각∼청량리, 2호선 성수∼을지로3가, 3호선 도곡∼수서, 7호선 청담∼보라매 구간의 운행이 불통됐다. 시는 침수사고가 발생하자 곧바로 양수기와 배수펌프 등을 가동해 긴급 배수작업에 나서 1호선, 2호선, 3호선 침수구간에 대해서는 15일낮 11시40분까지 복구를 끝냈다. 그러나 7호선의 경우 고속터미널역이 역무실 바닥까지 물이 차 올라 빗물을 모두 빼내는 것은 16일 오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여 고속터미널∼강남구청 구간의 지하철 운행은 16일중에나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침수 원인 = 시는 시간당 최고 127㎜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배수용량을 초과해 처리가 제대로 안된 노면수가 급격히 유입되면서 침수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즉 보도보다 30㎝ 가량 높게 설치된 지하철역 계단에 또다시 모레와 비닐로 30㎝ 높이의 차수벽을 쌓았지만 일부 저지대에 위치한 역에서는 노면수 유입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특히 침수피해가 가장 컸던 7호선 고속터미널역의 경우 반포천이 범람하는 바람에 배수기능이 완전 마비상태에 빠져 역사로 유입되는 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집중호우가 예상됐던 상황에서 차수벽을 더 높게 쌓고 제방을 보강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런 변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고속터미널역에서는 빗물이 계속 유입되는 상황에서 인력 및 장비를 충분히 확보해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침수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반포천은 자치구가 관리하는 곳이기 때문에 해당 자치구가 범람을 막기 위한 적절한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며 책임을 미루는 태도를 보였다. ◇인명.재산 피해 = 이번 집중호우로 15일 오후 2시30분 현재 서울에서는 22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되고 6명이 부상하는 등 총 3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또 주택 9천775가구와 도로 325곳, 가압펌프장 1곳이 침수되는 등 시가 그동안 철저한 수방대책을 세워 놓았다고 공언해 왔던 것과는 어울리지 않게 피해가 너무 컸다. 이를 놓고 시 관계자는 "이번에 쏟아진 비는 200년만에 한번정도 발생할 수 있는 집중폭우였다"며 "아무리 대비를 했더라도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침수 및 붕괴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 주민들에 대한 사전대피를 유도하는 등의 수방대책이 제대로 가동됐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수해 지역의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서울시나 자치구가 아무런 사전 경고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피해신고를 해도 늑장 대처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시는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던 14일 기상청의 기상특보 발령 단계에 맞춰 관계 공무원들에게 재해대책 1, 2단계 근무를 하도록 지시했을뿐 수해관계관 회의는 이미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후인 15일 오전 9시 열렸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