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과 지성을 갖춘 '만석꾼'도 나이를 먹으면 재혼이 쉽지 않다. A씨는 전북 전주시 근교에서 홀로 사는 선배 B(남.60대 후반)씨를 위해 최근 신문광고를 내 몰래 재혼녀를 물색했으나 기대와는 달리 보름이 지나도록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지방신문 여러곳에 낸 광고내용은 `명문가에 명문대를 나온 심신건강한 60대 남성으로 자식없음'으로 돼 있어 재산은 언급하지 않고 있으나 B씨는 만석꾼 집안에서태어나 명문대학을 나왔으며 고위 공직과 대그룹의 임원 을 지낸 뒤 고향에 내려온`부와 지성'을 갖춘 인물로 알려졌다. A씨에 따르면 광고문안에만 집착한 탓인 듯 백만장자의 재혼광고에 수백명씩 몰려 드는 외국의 사례와는 달리 그동안 문의전화는 100건이 채 안됐으며 전화통화를한 뒤 직접 만나본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A씨는 "상속받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인생을 마감할 때 재혼녀에게 수십, 수백억원이 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B씨가 상당한 재력가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암으로 4년간 투병생활을 한 아내와 몇년 전 사별했다는 B씨는 아내가 아이를낳지 못해 피붙이도 없이 외롭게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를 낳지 못하는 며느리를 내쫓을 틈을 엿보며 수년간 혼인신고를 못하게 한 부모를 설득시키고 암을 고치기 위해 외국의 유명의사를 찾는 등 많은 돈과정성을 들였으며 투병중인 아내 곁을 마지막까지 지켜 온 애틋한 사연을 간직하고있다. 평소 이런 선배를 안타깝게 지켜본 A씨는 뒤늦게 B씨의 재혼의사를 감지하고 몰래 광고를 내 `적당한 신부감'을 물색했으나 갈수록 실망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황혼결혼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돼 있지 않은 것 같다"면서 "만나본 여성들은 대부분 이런 저런 '조건'을 달았다"고 털어놨다. 지성을 갗춘 몇몇 여성을 따로 만나 진지한 대화를 나눴으나 당장 수억원의 금전적 보상 등 한결같이 대가를 원했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런 욕심없이 가려운 등을 서로 긁어주고 취미생활을 같이 할 수 있는여자가 빨리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연합뉴스) 홍인철기자 ichong@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