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박노항(朴魯恒) 원사는 담당 재판부(재판장 안학승 대령)의 인정신문에 대해 또박또박 증언했으며, 간혹 진술과 다른 부분은 적극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재판시간을 30분 넘긴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된 공판에서 박씨는 군검찰의 공소내용을 대부분 인정했다. 그는 재판에 앞서 기자들이 심경을 묻자 "죄송합니다. 기소 사실을 인정합니다"라고 짤막하게 답변한 뒤 재판정으로 향했다. ○...재판부는 이날 박씨가 98년 5월 영장청구 사실을 누구를 통해, 언제 알았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으나, 박씨는 "5월27일께 변호사 사무장 최모씨를 통해 알게 됐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는 "25일 오후 5시께 합동조사단 1과로부터 호출을 받고 전화를 했더니 '빨리들어와라. 박노항 원사가 들어올 때까지 퇴근하지 말고 전 수사관들은 대기하라는 장관의 지시가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러나 영장이 청구됐는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씨 도피과정을 지원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모 준위는 "27일 오전에 (박노항이) 전화를 걸어와 영장 얘기를 하길래 깜짝 놀랐다"고 그의 사전인지 가능성을 주장했으며 박씨는 "나는 얘기한 적이 없다"고 윤 준위의 진술을 부인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윤모 준위와 이모 준위가 박씨의 도피를 조직적으로 방조했는지를 따졌으나, 박씨는 "두 사람은 나와 형님 동생하는 사이"라며 "그동안 구치소에서 두 사람 때문에 눈물로 지새웠다"고 개인적인 친분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박씨는 짙은 베이지색 수의 차림으로 오전 9시30분께 입정했는데, 검거 당시와는 달리 머리를 짧게 자르고 면도를 한 말쑥한 모습이었으나, 장기간 구속탓인지 상당히 지친 표정이었다. 0...국방부는 박씨 공판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감안, 당초 김동신 국방장관의 지시에 따라 이날 오전 박씨의 입정 모습을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군사재판에왜 언론이 관여하느냐'는 취지로 김진섭 법무관리관이 공개를 거부, 취재진이 반발하자 이미 법정에 들어간 박 원사를 뒤늦게 불러내 사진을 찍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특히 당시 합조단 요원이었던 윤.이 준위에 대한 결심공판이 이날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려 그동안 군 법무관리관실이 이들 2명에 대한 공판을 극비리에 진행해온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샀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sknk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