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장해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안기부 예산 선거지원 사건 9차공판에서 전 안기부 운영차장 김기섭 피고인은 "(지난 93년초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로부터 부탁을 받고) 70억원을 안기부 계좌를 통해 세탁해준 일이 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이날 '현철씨의 돈 70억원을 모 시중은행 퇴계로 지점에서 세탁해 준 사실이 있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안기부 계좌에 입금했다가 되돌려줬다"고 답했다. 김씨의 이같은 진술은 안기부 계좌를 이용한 자금이 모두 안기부 돈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돼 진위 여부에 따라선 파장이 적지않을 전망이다. 김씨는 돈세탁 경위에 대해서는 "실명전환이 안된 돈이 있다며 (현철씨가) 부탁을 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서울지검 특수2부 박용석 부장검사는 "과거 수사팀에게 문의한 결과 돈세탁이 이뤄진 계좌가 안기부 계좌인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김씨 변론을 맡고 있는 홍준표 변호사는 "안기부 계좌에서 세탁된 돈은 현철씨가 이끌던 나라사랑운동본부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97년 현철씨 비리사건 수사 당시 검찰은 문제의 자금이 대선자금 중 남은 돈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4일과 내달 27일을 다음 공판기일로 동시 지정하고 이날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임동원 통일부장관과 권영해, 이종찬씨 등 전 국정원장(안기부장)을 다음 공판에 증인으로 재소환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용.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