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로 인한 범죄가 급증하고 전체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폭행과 살인, 방화 등 주요 범죄는 90년대 후반 동안만 2∼3배 가량 급증,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고검 강지원검사(姜智遠.전 청소년보호위원장)는 30일 `한국여자의 사회' 주최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음주문화와 건강사회' 심포지엄에서 `음주의 사회적 병폐'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 95∼99년 발생한 범죄를 분석, 이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음주 범죄 분석 = 95년 모두 763명이던 전체 살인 범죄자는 99년 1천80명으로 41.5% 증가한 가운데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일어난 살인은 146명에서 2배 가까운 283명으로 늘었다. 방화는 612명에서 1천7명으로 64.5% , 주취중 방화는 193명에서 378명으로 95.8% 늘어났다. 특히 폭행사범은 8천430명에서 1만7천993명으로 113.4% 증가한 가운데 주취중 폭행은 1천86명에서 3배가 넘는 3천500명으로 폭증했다. 공무집행방해의 경우 전체 범죄자는 62.4% 증가한 가운데 주취중 범죄자는 110.5% 늘었고 상해의 경우 전체 41.5%, 주취중 99.7%의 증가세를 보였다. 범죄 유형별로 전체 범죄자중에서 주취중 범죄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살인은 19.1%에서 26.2%, 방화는 31.5%에서 37.5%, 강간은 25.7%에서 33.1%, 폭력은 33.1%에서 39.2%로 각각 높아졌다. 술에 취해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사람은 47.8%에서 46.0%로 다소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전체 사고의 절반가까이 됐다. ◇술 습관으로 보는 정서상태 = 강 검사는 이른바 `원샷' 등 술습관이 보여주는 정서 상태에 대한 분석도 내놓았다. 맛을 음미하지 않고 독주를 한번에 들이키는 `원샷'은 조급증의 발로이거나 충동적 성취욕구의 표현이다.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전투적인 자세인 `폭음'은 공격성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 또 과음은 절제정신이 실종된 모습으로 자신을 내팽개치는 자포자기 심리의 연장이며 `잔주고 받기'는 상대방의 애정을 확인하려는 열등감이나 불안감의 표현이다. ◇대책은 없나 = 강 검사는 음주때문에 날로 늘어가는 범죄를 막기위해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몇가지 대책방안을 제시했다. 강 검사는 위스키 등 독주는 특정업소에서만 살 수 있도록 제한하는 `술 판매전문점(리쿼스토아)제'와 특정면허 음식점에서만 술을 판매할 수 있는 `술판매 음식업소 면허제' 등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이성(異性) 접대부를 옆자리에 앉힐 수 없도록 하는 `착석 접대부제 폐지'와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인사는 공직 등에서 퇴출하는 `알콜의존인사 퇴출제' 등도 제기됐다. 강 검사는 이와함께 법원과 검찰이 술을 마신 사실을 정상참작 사유로 인정할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용 기자 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