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행위의 전제 조건으로 규정된 조정기간(10~15일)을 거친 뒤라면 설사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에 불응한 채 파업했더라도 불법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성 대법관)는 26일 지난 98년 5월 중노위의 "노사간 교섭을 더 진행하라"는 권고에도 불구하고 파업에 돌입,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현대자동차써비스노조 충북지부 이길호(46) 지부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동조합이 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해 조정절차를 마쳤거나 또는 조정이 끝나지 않았더라도 조정기간만 지나면 노조는 (적법한) 쟁의행위에 들어갈 수 있다"며 "반드시 중노위의 조정결정을 거쳐야만 쟁위행위가 정당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중노위가 법에 규정된 조정기간내에 결정을 내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보할 경우 결과적으로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사태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노조의 쟁의행위가 합법적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선 파업동기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에 국한돼야 하고 파업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없어야 하며 파업의 시기가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민주노총은 "검찰과 노동부가 많은 사업장의 쟁의를 불법으로 몰았던 결정이 잘못된 것임을 확인해준 판결"이라고 논평했다. 반면 검찰은 "판결의 쟁점은 목적의 정당성일뿐 기존의 불법파업을 합법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