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붕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비롯, 교육부 관계자, 정치인, 교수 등 교육의 각주체들이 모여 한국 공교육의 현주소와 해법을 진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대(총장 이기준) 교육종합연구원 주관으로 26∼27일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공교육 백년을 위한 대안' 연구기반 조성 국민대토론회에는 사회각계 20여명이토론자로 참가,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국내 대안학교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경남 산청군 간디학교 3학년 정재원(18)군, 최근 서울대 개혁론을 제기해 관심을 모았던 서울대 장회익(물리학)교수등이 토론자로 선정돼 눈길을 모았다. 정범모 서울대 명예교수의 기조강연으로 문을 연 26일 토론회에서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교육의 3주체가 모여 현 공교육의 위기와 대책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 한국 공교육의 현주소 = 구정고 김진성 교장은 학부모의 88.3%, 교육전문가의 92.9%가 `우리 교육이 현재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답한 한국교육개발원(KDI)의최근 여론조사결과를 인용, 한국 공교육의 현주소를 설명했다. 학벌위주 사회로 인한 학교의 입시기관화와 그로 인한 교권추락이 맞물려 교실붕괴와 공교육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 김교장의 설명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학생들도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획일화를 강요당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인창고 2년 황두영 군은 "어떤 대학교를 몇 명이나 보내느냐에 따라 고등학교의등급이 매겨지는 현실하에서 학생들은 성적이라는 획일화된 잣대 하나에 의해서만평가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교육에 대한 선택권 부재는 말할 것도 없고 학생의 모든 인권은 교문앞에서 멈추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안학교인 간디학교 3년 정재원군은 "대학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삶에 있어 하나의 선택이자 통과과정일뿐"이라며 "주입식, 암기식 교육에 의해 배타적 경쟁을 부추기는 현 교육은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을 말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공교육 위기의 원인 = 참석자들은 교실붕괴로 대변되는 공교육 위기의 주적으로 학벌위주의 사회풍토를 꼽는데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교육재정의 부족과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의 부재 및 교육부와 학교의권위주의적, 관료주의적 행정으로 인한 자율성 침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기조강연을 맡은 정범모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현대교육사에서 지시와 명령,간섭 일변도로 흘러온 교육부의 관료주의적 정책은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 말살을 초래했으며 정책에 있어서도 일관성을 상실, 공교육의 위기를 초래했다"며 "이런 현실에서 일선 학교와 교사는 개혁의 대상이자 타율적 존재로 전락했다"라고 지적했다. 김창학 언북중 교사는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외면당하는데는 교사 자신들의 전문성 미흡과 노력부족, 일부교사의 도덕성 상실이 일조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교원의 처우개선및 사회적 예우 향상과 함께 교사집단의 권위회복을 위한 내부로부터의 자발적인 각고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교육정책의 문제점 = 참가자들은 현 정부가 효율성내지 경쟁과 수월성만을중시한 시장경제원리를 교육에 여과없이 적용, 교육 정상화 방해와 사교육 조장를부추겼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교육동아리 대표 이한섭씨는 "교육재정을 확충하지 않으면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만을 대안으로 제시할 경우 결국 자립형 사립고 및 공립고와 일반고의극단적 양분화를 초래, 소수만을 위한 교육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김영삼 정책기획국장도 "현 교육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대하게 팽창하고 있는 사교육 시장을 방치한 채 교육현장의 민영화를 유도, 교육의 공공영역을무시한다는 점"이라며 "정부가 최근 대안으로 내놓은 자립형 사립고 설립방안도 산업화된 사교육 자본이 공교육까지 넘보는데서 나온 기형적 발상일뿐"이라고 비판했다. ◇공교육 위기의 해법 =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김장중씨는 "학력위주의 사회풍조 타파야 말로 가장 근원적 처방"이라며 "이러한 풍토의 변혁이 이뤄질 때 비로소 입시학원이 일선고교보다 경쟁력에 있어 우위를 선점하는 현재의 비정상적 교육구조를 바꾸고 학생의 다양한 특기,적성을 살리는 특성화 교육을 가능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범모 서울대 명예교수는 "공교육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부문의 구조혁신과 제도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며 "교육주체의 자율성 확보와 교직정원단축 철회 등을 통한 일선학교에서의 사기진작과 교권회복이 주요관건"이라고주장했다. 김영삼 전교조 정책기획국장은 "재정 확충이 공교육 회복의 가장 큰 열쇠중의하나"라며 "정부는 공염불로만 그쳐온 교육재정 5∼6% 확보를 통해 공공부문으로서의 교육 재자리매김을 위한 기반을 조성해야 할?이라고 조언했다. 이밖에 ▲학급당 인원수 25명 이하 감축 ▲학교 시설 등 교육여건 개선 ▲입시위주로 구성된 교과과정 대폭 축소 ▲학생과 교사간의 의사소통 구조 개선 ▲교원양성제도 개선 ▲학생의 자치활동 보장 ▲교육현장에서의 지나친 공문서 및 결재문화배제 등도 시급한 개선점으로 쏟아져 나왔다. 박인옥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은 "학부모들도 학교운영 및 교육과정운영, 교수학습자료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주체로 새롭게 인식돼야 한다"며 "학부모회의 법제화도 민주적이고 투명한 학교운영을 돕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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