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에 대한 기부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지난 95년6월 학교폭력으로 아들(당시 16세)을 잃은 것을 계기로 대기업 임원에서 사회사업가로 변신한 김종기(54) 청소년폭력예방재단(www.jikim.net,585-0098) 이사장. 그는 지난 6년간 우리사회가 시민단체의 활동에 얼마나 무관심한지 뼈저리게 느꼈다며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해 11월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사재를 털어 재단을 세울 때만 해도 그는 "이 땅에 다시는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는 청소년이 없도록 하겠다"는 죽은 아들과의 약속을 실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엄했다. 처음 얼마간은 언론 등을 통해 자신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후원의 손길이 이어지기도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숫자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결국 계획했던 일중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일이 속출했고 생계가 불안한 직원들은 하나둘 재단을 떠났다. 친구들조차 그를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월급 한푼 없는 일을 하며 가장으로서 아내와 딸을 대하기 민망했던 차에 친구들마저 잃어버리는 것 같아 서글펐다. 정부 기업도 실망만 안겨줬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이 사무실을 찾아와 지원을 약속하고 기념사진을 찍어갔지만 선거가 끝나면 그만이었다. 대기업들도 자사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선심성 사회복지 활동에만 돈을 쓸뿐 기존의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데는 인색했다. 그는 요즘 너무 힘든 나머지 하루에도 몇번씩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아들에 대한 죄책감에 지갑속의 아들 사진을 꺼내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는 결국 시민단체를 살리려면 시민의 힘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사람이 하나의 시민단체에 가입해 소득의 1%를 정기적으로 기부하자는게 그의 제안. 물론 현실적으로 이렇게 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그도 잘 안다. 그러나 그는 "다른 곳에는 쉽게 돈을 쓰면서도 시민단체에 기부할 돈은 아까워한다면 결국 이기주의로 가득찬 사회가 되는 것 아니냐"며 발상의 전환을 당부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