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떻게 하겠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 새삶을 찾을 방도를 생각해보자꾸나" 21일 오전 서울 강동경찰서 형사계 사무실. 98년말 가출해 윤락녀 생활을 전전하던 딸 A(24)씨를 경찰의 도움으로 찾은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애절함이 배어 있었다. A씨는 가출 이후 2년8개월 동안 전국의 윤락업소를 떠돌다 지난달 서울 강동구의 속칭 '천호동 텍사스'까지 흘러들었다. A씨의 소재가 아버지와 경찰에 알려지게된 계기는 그녀가 이달초 모 렌터카에서 차를 빌렸다가 접촉사고를 냈기 때문. A씨가 일하던 천호동 윤락업소까지 찾아갔다가 차량수리비 230만원을 받지 못한 렌터카 업주는 A씨가 차를 빌릴 때 무심코 기록해 놓은 아버지에게 전화로 수리비 대납을 독촉했다. 이 과정에서 딸이 천호동 윤락가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아버지는 지난 14일 관할 강동경찰서에 인터넷으로 "부모가 직접 윤락업소를 찾아가면 딸이 도망가거나 업소에서 빼돌릴 염려가 있으니 도와달라"는 메일을 띄웠다. 경찰은 며칠동안 천호동 일대 윤락업소 40여군데를 뒤졌으나 A씨의 소재 파악에 실패하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윤락업소 단속일지를 살펴봤고 일지에서 A씨의 이름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뒤 근 1주일동안 잠을 이루지 못해 체중이 5㎏이나 빠졌다는 아버지는 "부모의 속타는 심정을 딸이 시집가서 자식들을 키워보기 전에 어떻게 알겠느냐"며 눈물을 글썽였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