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복권산업의 대명사는 단연 "주택복권"이다. 복권이라고 하면 누구나 먼저 주택복권부터 머리에 떠올릴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상품이다. 지난 69년 처음 발행돼 올해로 32주년을 맞는 복권의 맏형님뻘이다. 당초 발행 목적은 무주택 군경 유가족과 파월장병 국가유공자 등의 주택마련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돈이 없었던 당시 정부가 월남전 등의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한 짜낸 아이디어였던 셈이다. 69년 9월15일 첫 발행된 주택복권 1회는 복권 1백원에 1등 당첨금 3백만원으로 총 50만장이 찍혔다. 당시 1등 당첨금은 서민주택 2-3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이후 주택복권은 수많은 화제를 뿌리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꿈과 희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1등 당첨금은 1억5천만원으로 처음 발행때보다 50배 높아졌다. 주택복권 판매액은 해마다 늘어 지난 5월말까지 모두 2조9천7백13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연간 2천억원에서 3천억원가량의 복권이 발행되고 이중 60%-80%가량이 판매되고 있다. 발매 첫해인 69년에 1백억원에도 못미치던 발행액이 지금은 3천억원이 넘는 시장으로 성장한 것이다. 올해도 주택은행은 3천84억원어치를 발행목표로 삼고 있다. 벌써 지난 5월말까지 8백30억원어치가 팔렸다. 주택은행 관계자는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커지면 복권산업 시장도 커지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라며 "발행기관이 많아져 복권발행액에 비해 판매액이 줄고 있기 때문에 세심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택복권 판매수익은 한편으로는 주택은행의 수입으로,다른 한편으로는 서민주택마련 자금으로 쓰이고 있다. 현재 주택복권 판매자금은 당첨금으로 50%,판매수수료로 10%,발행비로 6%를 쓰고 나머지 34%는 국민주택기금으로 활용돼 전액 서민들의 주택마련사업에 쓰고 있다. 주택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다첨식 복권인 또또복권과 즉석식 복권인 찬스복권 역시 비슷한 비율로 국민주택기금에 기여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돈이 32년동안 9천7백13억원(지난 5월말 현재)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90년대부터 주택은행이 독점하고 있던 복권사업에 자치단체및 다른 기관들이 뛰어들면서 복권시장은 치열한 경쟁상태에 들어갔다. 주택은행은 이에 따라 복권사업을 디지털시대에 맞게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은행지점이나 판매소에서 판매하는 과거의 방식에서 탈피해 고객과의 접점을 최대한 넓히는 것이 목적이다. 이미 주택은행 인터넷홈페이지(www.hncbworld.com)나 국내 주요 인터넷사이트에서 주택복권을 판매하고 있고 휴대폰으로도 구입할 수 있는 "전자복권 서비스"체제를 구축했다. 주택은행은 앞으로 온라인복권을 다른 복권 발행기관과 함께 공동으로 발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처럼 구매 고객이 온라인 상에서 복권번호를 입력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고 판매망도 넓힌다는 계획이다. 또 발행기관 입장에서는 복권실물 발행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주택은행 관계자는 "발행기관간 고객잡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온라인 복권은 국내 복권산업의 안정적인 판매기반을 구축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