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의 대우자동차 매각 자체에 반대했던 대우차 노조집행부가 협상과정을 주시하며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는 GM과의 매각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고 특히 조합원 대다수가 GM 매각이 회사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여기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현실은 현실로 인정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또 GM 매각이 성사될 경우 또는 부평공장이 매각대상에서 제외되거나 협상이 완전 결렬될 경우 등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 집행부의 입지를 넓혀놓겠다는 다중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유연대응 선회 배경= 대우차 김일섭 노조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보낸 '긴급호소문'에서 "GM으로의 매각협상 추이를 지켜보며 조합원과 간부의 의견을 수렴, 다각적이고 세밀한 대책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특히 그동안 노조와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이 주장했던 `해외매각절대 반대'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GM 매각을 놓고 소모적인 찬반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고 전제하고 "매각 찬반논쟁에 휘말려 `부평공장 유지, 조합원 고용보장, 정리해고자 문제 해결, 노조 정상화' 등이 외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상화추진위원회(정추위) 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전 노조위원장을 노조 고문으로 임명하는 한편 정추위와 공동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말해 밖으로비쳐졌던 `노노갈등'을 봉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조가 이처럼 방향을 선회한 것은 정리해고자를 제외한 부평공장 조합원 대다수가 GM 매각에 찬성하는 상황에서 매각반대 투쟁이 노조의 존재근거인 명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더욱이 전 노조위원장 및 현 대의원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는 정추위가 조합원의여론을 등에 업고 부평공장을 매각대상에 포함시키고 고용을 완전히 승계할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투쟁노선을 바꾸도록 집행부를 압박해왔다. 정리해고자 뿐 아니라 `살아남은 자'의 고용문제 등을 모두 포괄하기 위해 막바지 단계에 들어간 `매각협상 국면'을 현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셈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측에 대한 대화 요구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데다 정추위와의 대립양상만 부각돼 집행부 입지가 좁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정추위 핵심멤버들은 같은 현장과 같은 조직에서 일한 동지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외면적으로는 노조는 부평공장을 포함한 국내 공장 일괄 매각과 전원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는 정추위 및 회사측과 같은 편에 서게 됐다. 유연대응의 속뜻= 그러나 노조의 유연대응 전략은 매각 찬성으로 완전히 돌아섰다기보다 협상결과에 따라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고육지책이라는 관측도 있다. 즉 GM 매각이 결렬되거나 부평공장이 매각대상에서 배제될 경우 노조에 온전하게 되돌아올 여론이나 정부 등의 `화살'을 막고, 반대로 GM 매각이 성사될 경우에도엄연한 `노조집행부'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 노조가 협상 추이를 지켜보며 다각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겠다고 밝힌 점과 GM 매각과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협상이 사실상 끝나거나 적어도 윤곽이 드러날 이달말로유보한 점, 그 이후 정추위와 함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한 점 등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노조의 유연대응은 협상과정이 아닌 협상결과에 따라 매각 찬성에 설 수도, 반대입장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뜻에서의 유연대응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김 위원장도 "GM으로의 매각은 정부와 경영진이 주장하듯 대우차를 장밋빛 미래로 이끄는 것만은 아니며 부평공장을 `쓰레기' 취급하는 GM의 태도로 봐 노조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가혹한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다"며 매각 반대라는 말 뿐만 아니라매각찬성이라는 표현도 쓰지 않았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