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청소년들이 크게 늘고 있다. 각종 게임대회와 전문방송을 통해 스타급 프로게이머들이 대거 배출돼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른데다 좋아하는 일(게임)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는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과 달리 아직까지는 힘든 직업에 속한다. # 프로를 꿈꾸는 청소년들 10∼2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프로게이머는 인기 있는 직업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특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을 조사했다 하면 1,2위는 기본이다. 실제로 올 초 프로게이머 등록제가 시행되자마자 92명이 등록했다. 조만간 프로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준 프로게이머'도 53명에 달한다. 청소년들이 프로의 꿈을 펼치는 곳은 게임업체에서 여는 각종 게임대회. 여기서 입상하면 적지 않은 상금을 손에 쥘 뿐 아니라 게임구단의 눈에 띄어 직업선수로 스카우트될 수도 있다. 지난 99년 7∼8개에 불과하던 전국 규모의 게임대회도 지난해에는 79개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상금 규모도 종래에는 1천만원 미만이 대부분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억2천만원짜리 제법 번듯한 형태의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대회의 횟수가 늘어나고 상금 규모도 커짐에 따라 게이머들은 입상을 위해 '맹훈련'을 하고 있다. 비슷한 실력을 가진 또래끼리 동호회(일명 길드)를 만들거나 '고수'를 초빙해 실력을 전수받기도 한다. 서울에서는 게임 비법을 가르쳐 주는 전문학원까지 문을 열었다. 이처럼 '프로게이머 붐'이 일고 있는 것은 게임을 생활의 일부로 여기는 '겜생겜사족'이 늘어난 데다 프로게이머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잘 나가는 프로게이머는 지난해 상금 월급 광고수입 등을 합쳐 1억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 직업으로는 어떤가 하지만 정작 프로게이머들은 직업이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다. 한국프로게임협회가 지난 1월말 83명의 프로게이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40명)의 65%가 연간 2천만원 미만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구단과의 계약기간도 81%(53명)가 "1년 미만"이라고 답해 불안함을 드러냈다. 게임구단이 쉽게 만들어지고 해체되는 풍토도 문제다. 지난해에는 벤처붐에 편승해 60여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현재는 17개밖에 남지 않았다. 때문에 프로게이머의 54%는 게임 산업에서 가장 개선돼야할 점으로 "직업의 불안정성"을 꼽고 있다. 또 구단과 선수간의 불공정계약(22%),대회 주최측의 약속불이행(23%) 등도 주요 개선사항으로 지적됐다. 게임업체가 판촉을 위해 게임 대회와 프로게이머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데 급급할뿐 장기적인 육성책을 외면하는 것은 게임산업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 프로게이머가 되려면 나이가 18세 이상이고 "스타크래프트" "피파2000" "퀘이크3" "레인보우6""킹덤언더파이어"등 한국프로게임협회가 지정한 12개 공인종목의 게임대회에서 연 2회 이상 입상(단일대회는 8강 이내, 리그대회는 16강 이내)해야 기본자격이 주어진다. 18세 미만은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될 수 있다. 현재 이같은 절차를 밟아 정식 프로게이머로 등록된 선수는 모두 92명, 이중 83%인 76명(남자 59명, 여자 17명)이 '스타크래프트'선수다. 가장 어린 선수는 고교 1년생인 이형주(15)군이며 최연장자는 서울대 심리학과 3학년생인 윤지현(29)씨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