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대 중반 박멸됐던 말라리아가 93년 국내 다시 출현한 이후 풍토병으로 토착화하는 과정에 있으며, 앞으로 해마다 4천여명씩환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채종일 교수는 15일 '임상병리와 정도관리'라는 학회지에 발표한 '우리나라 말라리아의 재유행'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같이 내다봤다. 논문에 따르면 지난 70년대 중반 이후 국내에서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말라리아는 지난 93년 경기 북부 휴전선 부근 군부대에서 환자 1명이 발생한 이후 94년 20명, 95년 107명, 96년 356명, 97년 1천724명, 98년 3천932명, 99년 3천621명, 2000년 4천142명 등으로 매년 재유행하고 있다. 말라리아는 특히 경기 북부지역에서 해마다 조금씩 동쪽과 남쪽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토착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채교수는 지난 98년 8월 발표된 말라리아 환자 지역분포를 인용, 당시 경기도 249명, 서울 138명, 인천 74명, 경남 30명, 강원 25명, 경북 25명 등 거의 모든 지역에서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채 교수는 "말라리아는 감염 환자를 문 모기를 매개로 전파되며, 일반적으로 모기의 최대 이동거리는 5㎞ 안팎"이라면서 "이런 점을 고려해볼 때 말라리아 발생 지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말라리아가 2차, 3차 감염을 통해 확산, 정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재유행 말라리아는 93∼95년의 유행 초기에 비해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96∼99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면서 "다행히 강력한 예방 및 관리대책에 힘입어 당분간 평형상태를 유지하겠지만 현재 추세라면 앞으로 매년 4천여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말라리아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환자 조기발견과 조기치료의 감시체계 수립은 물론 모기 방제 등의 적극적인 방역활동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