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포천군 포천읍 자작리에서 지금까지확인된 한성도읍기(BC 18-AD 475년) 백제 건물터로는 규모가 가장 큰 呂(여)자형 주거지(길이 23.6m, 폭 13.2m)가 무단 파괴된 것으로 11일 밝혀졌다. 이곳을 발굴한 경기도박물관과 포천군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주거터는 지난달20일경 발굴이 완료돼 복토(흙을 덮어 발굴현장을 원상복구하는 일)된 지 며칠 뒤 굴착기에 의해 呂자형 건물터의 출입구 부분이 완파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주거지는 축산업에 종사하는 이곳 토지 소유주가 축사 관련 시설을 만드는 과정에서 굴착기에 의해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복토된 발굴 현장 대부분에는 옥수수가 심어져 있었고 그 인근에는 발굴 과정에서 나온 흙더미 일부가 남아 있었다. 또 흙더미들 가운데 呂자형 주거지가 확인된 현장 바로 옆에는 이 주거지에서 파헤쳐진 것으로 판단되는 대량의 숯덩이가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이에 따라 비록 이곳이 문화재 지정이 되지 않았다 해도 발굴 완료 이후 유적보존에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발굴단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사후 관리소홀에 대한 문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발굴단 관계자는 "이런 불상사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 토지 소유주에게 주의를주었는데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서 "이번 유적 파괴 행위에 특별한 의도가 개입돼있는 것 같지는 않고 발굴이 끝났고 중요한 유물은 수습했으니까 축사 시설을 설치해도 되겠다는 안이한 생각에서 빚어진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파괴된 주거지는 한강 유역을 중심으로 옛 백제 영역인 한반도 중부 일대에 집중 분포하는 呂자 모양으로, 한성도읍기 백제 건물터로는 최대 규모로 판명됐다. 呂자형 건물이란 주거지 앞면에는 각을 죽인 사각형 모양 출입시설을 따로 마련하고 본 방은 육각형 형태를 갖춘 특이한 집 구조이다. 더구나 이 주거지에서는 기와까지 출토되고 그 인근에서는 중국제 청자와 같은상당 수준의 유물이 동반 출토됨으로써 이곳이 대단한 위상을 지닌 인물이 살던 곳으로 추정됐었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은 "아직까지 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으며 정확한진상 파악을 한 다음에 대응책을 강구하겠다"면서 "자작리가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데다, 발굴이 끝난 다음에 파괴행위가 있었다면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포천=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