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는 물론 가뭄에도 우리가 나선다" 경기도 북부지역 농민들이 사상 최악의 봄가뭄에 한달째 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군 장병들이 수해 때에 이어 또 다시 팔을 걷어 부쳤다. 전진부대 장병 100여명은 천수답이 대부분인 파주시 군내면 정자리 민통선 지역에서 일주일째 하천 물길 내기 작업을 게속하고 있다. 장병들은 굴착기 1대를 동원했지만 작업이 더뎌지자 삽과 곡괭이를 들고 이틀만에 길이 500m짜리 물길을 만들어 지난 5일부터 물이 없어 모내기를 못하고 있던 인근 논 1만여평에 청량수를 공급했다. 경기 북부지역에는 광개토.전진.백마.비룡.올림픽부대 등 거의 전 부대가 동원돼 9일 현재까지 1만여명의 장병들이 가뭄 현장에서 값진 땀을 흘리고 있다. 연천군 백학면 석정리에는 대형 시추장비가 등장했고 하천마다 물길을 내는 군인들로 가득차 있다. 급수차로 연방 물을 길어 나르고 들판 곳곳에서 모를 심을뿐 아니라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바짝 말라 버린 논과 밭에 물을 대느라 하루종일 허리를 펴지 못하고있다. 장병들은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해가 떨어지면 인적이 끊겼던 민통선 지역이지만 일시적으로 야간 영농이 허용된 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 횃불까지 들고 나가 밤새 불을 밝혀가며 막판 모내기를 돕고 있다. 수만명이 몰려오던 수해 때와 달리 자원봉사자의 발길이 거의 끊겨 농민들만이 외롭게 싸우고 있는 가뭄 현장에 군인들이 공무원과 함께 타들어가는 농심을 달래고 있는 것이다. 민통선 지역에서 물길내기 작업을 돕고 있는 전진부대 수색중대 김상진(23) 병장은 "한뼘의 모라도 더 내려는 농민들의 몸부림이 애처롭기까지 하다"며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무슨 일을 돕지 못하겠느냐"고 말했다. 경기도 제2청 김두식 계장은 "모내기는 겨우 끝내 가지만 앞으로도 계속 물을 줘야 하기 때문에 인력 지원이 절실하다"며 "군인들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농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파주=연합뉴스) 김정섭기자 kim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