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동시에 파업에 들어가는 사상 초유의 항공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노사간 입장 차이가 너무 큰 데다 갈등 양상마저 내비치고 있어 자율 합의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획기적 전환점이 마련되지 않는 한 민주노총이 총파업 투쟁일로 선포한 12일을 기해 "하늘길"이 정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파업 이후"에 빚어질 혼란상도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항공사의 예약창구에서는 12일 이후 정상운행이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고 예약 취소도 줄을 잇고 있다.


두 항공사는 파업에 대비,비상운항체제 구축에 착수했지만 막상 파업이 시작되면 두손 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왜 타결이 안되나=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와 아시아나항공 노조(조종사 제외)가 내놓은 협상안에 대해 사측은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안'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에 협상권을 위임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연장비행수당 야간비행수당 휴일비행수당을 각각 1백%씩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노조 반전임자의 기본비행수당을 80시간에서 1백20시간으로 확대하고 이·착륙수당의 신설도 제시했다.


노조의 수당인상 분야는 모두 17개에 달한다.


이에 대해 사측은 각종 수당 인상분만 따져도 인건비가 56.6%나 늘어난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사측은 특히 지난해 5천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 1.4분기에도 2천3백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점을 들어 노조의 양보를 촉구하고 있다.


사측은 "기장의 연봉이 1억원에 달하는 데도 불구하고 50% 이상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파업을 전제로 임금협상을 벌이는게 아니냐"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노사는 최근 노조 간부에 대한 회사측의 징계 등으로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양측은 기본급 12%,수당 66.7% 인상을 요구한 노조와 기본급 4.5% 인상 및 인천공항 근무자와 전산요원의 수당 인상 등을 제안한 사측이 의견접근을 이루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사측이 '단결투쟁'이라고 적힌 리본을 달고 여객기에 탑승하려던 노조 간부 2명을 징계하자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회사측을 상대로 고발장과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서'를 제출,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주변 여건도 변수=최근에 전개되는 강성 주류의 노동계 분위기가 큰 변수다.


회사측은 민주노총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상급 단체'이기 때문에 타결의 여지가 좁다고 보고 있다.


즉 노조측은 사측이 수용하기 힘든 주장을 내세워 협상을 결렬시킴으로써 결국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참가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항공사 노조를 앞세우겠다는 기본 방침을 가지고 있다면 '하늘길 대란'이 현실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관측하고 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