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문 홀대에 반발해온 서울대 인문.사회.자연대 등 3개 단과대학이 기초학문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先 기초, 後 실용학문'으로의 학제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4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들 3개 단과대 학장단은 이날 낮 이기준(李基俊) 총장과 이현구(李鉉求) 부총장, 유우익(柳佑益) 교무처장 등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기초학문 육성방안에 대한 구체적 요구사항을 '건의문' 형식으로 전달하고 요구사항의 수용을 학교측과 교육부에 촉구했다. 기초학문 위기와 관련해 서울대 총장과 기초학문 분야 단과대 학장들이 공동면담을 갖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문제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전달된 요구사항의 핵심은 농생대와 공대 등은 일단 그대로 두되 사회진출과 직접 연결되는 법학과 의학, 경영대 등의 경우 학부과정을 폐지하고 전문대학원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학장단은 3개 단과대 전체 교수 명의로 전달한 건의문에서 "모든 분야의 학문이 균형있게 발전하면서 각각 전문성과 독자성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기초 및 응용분야에 대한 학부과정에서의 폭넓은 교육 실시와 전문대학원과 특수대학원의 도입 등 학사구조의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학장단은 이어 "이같은 과제는 서울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대학 사회 전체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라며 "교육 당국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총장의 실천적 결단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학장은 "입학때부터 기초와 응용학문이 백화점식 병렬구조로 돼있는 현행 학제는 인기학과 편중현상을 초래, 학문간 불균형 발전과 전체학문의 위기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며 "학부과정에서 다양한 기초학문을 접한 뒤 적성에 따라 전문분야를 선택하는 '先기초 後전문' 구조가 이뤄져야 기초학문과 실용학문이 경쟁관계가 아닌상생(相生)관계로 전환돼 전체 학문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2003년부터 의.법대 전문대학원을 도입키로 방침을 정했지만 서울대는 그간 교육부의 구체적 시행방안이 정해지지 않은데다 내부이견도 만만치 않아 내부방침을 확정하지 못했다. 학장단은 이외에 이날 ▲학교차원의 기초학문 연구기금 설립 ▲모집단위 광역화등 정원 감축의 문제점 재검토 ▲기초학문분야 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대학원 교육지원강화 ▲충분한 연구공간 확보 및 교육 기자재 지원 등을 총장에게 요구했다. 3개대 학장단은 작년 11월 자체 발족한 '기초학문협의회'에서 검토해온 안을 토대로 지난 2일 회의를 갖고 최종 요구안을 확정했다. 학장단은 이날 제안 내용을 토대로 학교측과 협의를 계속키로 했다. 이현구 부총장은 "학제개편은 서울대가 단시일내에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니만큼 학내 공론화와 교육부와의 협의 등을 통해 바람직한 해결책 모색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기초학문 육성을 위한 전문위원제도 마련과 기초학문 지원 연구기금 설치도 검토중"라고 밝혔다. 3개 단과대는 앞서 지난달 18일 공동명의로 성명을 발표, 정부와 대학측의 '기초학문 외면' 정책을 비판했으며, 이 총장은 이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자'는 취지의 e-메일을 전체 교수들에게 발송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