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를 잇는 가업계승,움막집에서 중국 진출까지 일궈낸 뚝심경영''

진미식품 송인섭(60) 사장의 몸에는 언제나 메주 냄새가 배어 있다.

간장의 원료가 되는 메주가 잘 뜨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 매일 자동화된 제국실(발효실)을 찾아 직접 메주의 맛을 보고 손으로 만져보기 때문이다.

입맛과 촉감으로 숙성 정도를 살핀다.

올해로 창업 53주년을 맞는 진미식품.창업주에 이어 손자까지 3대째 ''장독인생''을 살고 있다.

전통 장맛 유지를 위해 소맥분을 섞지 않고 쌀과 콩으로만 간장을 만들고 있다.

다른 업체들의 숙성기간은 평균 2개월에 불과하지만 진미식품의 경우 3개월이 넘는다.

송 사장은 ''외곬경영''과 장인정신으로 전통 장맛을 지켜나가고 있는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진미식품은 지난 48년 일본인이 경영하던 간장회사에서 일하며 간장제조법을 배운 창업주 고 송희백 회장이 대전시 선화동 움막집을 개조,대창장유사를 설립하면서 출발했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소비자들은 간장을 반찬 삼아 즐겨 먹었다.

이 덕택에 전국에 ''진미간장'' 열풍이 불었다.

사세도 커나갔다.

이 때 번 돈으로 지난 57년 대전 오류동으로 확장 이전했다.

이듬해부터는 군납도 했다.

시장 점유율이 날로 높아졌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나 할까.

성장가도를 달리던 이 회사는 지난 65년 5월 공장이 화재로 전소돼 버렸다.

이로인해 당초 ROTC 장교로 제대한 뒤 제약사업에 뛰어들려 했던 송 사장의 인생행로가 바뀌게 됐다.

그는 자신의 꿈을 접고 위기에 처한 부친의 사업을 돕기로 작정했다.

송 사장은 경영 참여와 함께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우선 사명을 ''진미식품''으로 바꿨다.

또 ''진미''를 상표등록했다.

신제품 개발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장류 업계 최초로 감초를 이용해 단맛을 내는 제조법을 지난 68년 개발했다.

곧바로 이를 이용한 ''감로간장''을 내놓았다.

당시 장류 시장에 획기적인 변화였다.

송 사장은 "소비자들의 반응이 상당이 좋았었다"고 회상했다.

국내 장류업체들은 이전까지만 해도 설탕을 넣어 단맛을 내는 일본식 간장제조법을 답습해왔다.

지난해엔 된장과 고추장의 갈변 현상(표면이 검게 변하는 것)을 억제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올 4월엔 용기에 옥이 함유된 바이오 용기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장류회사로서의 위용도 갖춰 나갔다.

지난 85년엔 대전시 유성구 용계리에 현대식 시설을 갖춘 공장을 지었다.

이 때 고추장과 된장 쌈장 분야로 발을 넓혔다.

기존 제품과 차별화하는데 주력했다.

이에 따라 고추장과 된장에 소맥분(밀가루)을 첨가하지 않고 1백%의 쌀과 콩으로만 만들었다.

방부제나 색소,MSG(화학조미료)도 넣지 않았다.

마케팅 전략에서도 앞서 나갔다.

지난 86년 장류업계에 깜짝 놀랄만한 일을 저질렀다.

''진미 찹쌀 고추장'' TV 광고를 선보인 것.

장류업계 첫 시도였다.

대성공이었다.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서는 미국 일본 등 해외시장 공략도 강화했다.

매년 50만달러 이상 수출하고 있다.

지난 96년 중국 베이징 인근에 1백50만달러를 단독 투자,대창미미식품을 설립했다.

이곳에서 고추장 원료인 혼합조미료를 생산한 뒤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송 사장은 현지공장을 토대로 중국 장류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 97년 ''참그루'' 브랜드를 탄생시킨 송 사장은 올 4월에 로고 변경을 하는 등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열정을 쏟고 있다.

송 사장은 올 2월 19대 대한장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취임,장류산업 발전을 위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송 사장은 "그동안 3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시켰지만 해외투자와 마케팅 지출,연구개발 등으로 많은 이익을 내지 못해왔다"며 "그러나 매출신장 폭이 전년에 비해 크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