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이의 고환이 제대로 자리잡지 않았거나 한쪽 사타구니가 불룩하게 튀어 나왔다면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성인이 돼서 남성불임 고환암의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고환은 태아의 뱃속에서 생성돼 생후 8개월 정도에 음낭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는다.

이 때 고환이 음낭에 내려오지 않거나 엉뚱한 곳에 위치하는 것을 잠복고환 또는 정류고환이라고 한다.

신생아 1백명중 3명꼴로 발병하며 미숙아의 경우에는 무려 30%에 이른다.

세분하면 치골전부 잠복고환(치골주위에 멈춰 선 경우) 복강내 잠복고환(복강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경우) 이소성 잠복고환(내려오되 제3의 엉뚱한 위치에 자리잡음)등이 있다.

대개 치골전부 잠복고환인 경우가 많다.

고환은 정자생성을 위해 체온보다 낮은 온도조건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장기와 달리 별도의 주머니를 갖는다.

따라서 잠복고환인 상태로 고환이 방치되면 정자를 만드는 세정관 내부의 생식세포가 고온으로 인해 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불임에 걸리게 된다.

대개 만1세때까지 잠복고환이 해소되지 않으면 정자 생성조직에 이상이 초래된다.

늦어도 2세 이전에는 치료를 해줘야 불임 고환암은 물론 우울증 등으로부터 벗어날수 있다.

1차적으로는 약물치료가 실시된다.

성기능을 왕성하게 하는 태반성선호르몬(hCG)이나 성선자극호르몬(GnRH)를 투여하면 고환 양쪽이 잠복고환일 경우에 절반 이상에서 효과가 나타난다.

효과가 없으면 인위적으로 내려오다 만 고환을 꺼내 음낭에 묻어주는 고환고정술을 실시한다.

고환이 너무 작거나 수술시기가 너무 늦어 고환암의 발병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고환절제술을 한다.

수술시기가 늦을수록 수술하기 어렵고 불임위험도 높아진다.

고환이 복강에서 내려올때는 서혜부(배와 넓적다리가 연결된 부위)가 열리는데 이 때 장이 내려오면 탈장이 된다.

잠복고환 환자의 90%가 서혜부 탈장일 정도로 탈장과 잠복고환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수술로 고쳐야 한다.

수술의 핵심은 고환을 잘 끌어내리고 탈장으로 뭉친 장과 고환을 완벽하게 분리하는데 있다.

문두건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지난 10년간 8백50명의 잠복고환 수술환자를 비교한 결과 2세이전에 수술받은 경우는 26%에 불과했다"며 "수술이 늦어지면 잠복고환환자의 고환암 발병률이 정상인의 30~50배나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경종 서울 세란병원 비뇨기과 과장은 "출생 후에 뒤늦게 내려온 고환은 활주고환의 형식으로 다시 올라가는 경우가 많거나 탈장을 동반해 고환고정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수술후에도 정기적인 검진으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