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발병원인 없이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관절통 근육통을 동반하는 ''만성피로증후군''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송평근 판사는 22일 전직 택시기사 엄모(45)씨가 "과로와 스트레스가 겹쳐 만성피로증후군이 발병했는 데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치료비 등 요양급여를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택시기사로 하루 12시간 이상씩 한달에 두차례 휴일에도 근무해 왔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항상 교통사고를 우려해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던 점이 인정된다"며 "이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만성피로증후군을 발병시키거나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만성피로증후군은 그 원인이 현재까지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당뇨병이나 갑상선 질환 등 다른 질병에 따른 증상이 아니라면 독립한 유형의 질병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만성피로증후군"은 통계청이 고시한 "한국표준질병사분류(1993)"에서는 "신경쇠약증(피로증후군)"으로 분류돼 있다.

엄씨는 99년 12월 택시를 몰다 오토바이와 경미한 접촉사고를 낸 후 극심한 피로감과 신경쇠약 등에 시달리다 같은달 강북삼성병원에 입원,만성피로증후군 진단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