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밤 경기도 광주시 예지학원 옥상 가건물에서 일어난 화재는 학원측의 불법 용도변경과 허술한 관리,관계기관의 감독소홀 등이 빚어낸 예고된 참사였다.

이날 불은 27분만에 진화됐지만 건물내 소방시설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데다 창문 2개는 쇠창살로 막혀 있는 등 사고에 전혀 대비하지 않아 8명이 숨지고 25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한편 정부는 이번 화재사고와 관련,전국의 학원과 고시원 등에 대해 일제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불이 꺼진 화재 현장에는 불에 그을린 서적과 벗겨진 신발 등이 곳곳에 널려 있어 불이 났을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경찰은 화재 규모에 비해 인명피해가 컸던 것은 교실로 사용되는 가건물의 출입구쪽에서 발화되는 바람에 학생들이 현장에서 빠져나가기 힘들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사고가 난 학원은 지난 91년10월 준공 이후 5층 옥상에 조립식 창고를 증축,관할 교육청으로부터 시설 변경 승인도 받지 않은채 교실로 불법 개조해 사용해온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 때문에 불이 난 5층은 소방점검이나 시설안전점검에서 제외됐다는 것.

경찰은 관계 공무원등을 불러 직무유기 여부 등에 대해 수사중이다.

○…학생들의 시신이 안치된 광주장례식장은 유족들의 오열로 울음바다가 됐다.

딸 이은희(19)양의 사망소식을 듣고 충남 공주에서 올라온 아버지 이주태씨는 "스파르타식 학원에 보내달라고 했을 때 막지 못한게 후회스럽다"며 통곡했다.

숨진 인혁진(19)군의 아버지 인치운(50)씨는 인군의 장기를 암으로 투병하는 아들 친구에게 기증하겠다고 밝혀 주위를 숙연케 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