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실시 이후 병.의원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4월초부터 6개월여에 걸친 의료대란 끝에 수가는 올라갔으나 막상 받아본 성적표는 극심한 차이를 보였다.

개인의원의 수익성만 좋아졌을 뿐 대학병원이나 중소병원의 경영여건은 열악해진 것이다.

의약분업 이후 동네의원의 수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보험급여를 청구하는 의원 숫자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2만개를 넘어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요양급여 청구 의원수는 의약분업 이전인 작년 2.4분기에는 1만9천3백32개였으나 금년 1.4분기에는 2만2백56개로 9백24개소(4.77%)가 늘었다.

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급여비중 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99년 평균 37.1%에서 작년 11~12월에는 46.9%로 1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분업 이후 의원들의 수익성은 30~40% 이상 좋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가가 40% 정도 오른데다 약국이나 중소병원에 가던 환자들이 의원으로 몰리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대학병원은 의약분업이 본격 실시된 금년 들어 외래진료 환자수가 5~10% 감소했다.

분업 이전에는 자연증가추세로 매년 5% 이상 증가했으나 금년부터는 오히려 줄어들어 이런 감소추세는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다.

분업 이전에는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치과 가정의학과에 대해 1차 진료를 허용했으나 분업 이후에는 이를 금지하면서 초진환자가 줄었고 게다가 처방전이 공개되면서 약만 타가던 재진 환자들이 진료비가 낮은 동네의원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반면 규모나 서비스의 질에서는 종합병원에 밀리고 진료비는 높아 서민들이 외면하고 있는 중소병원은 급격히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환자들은 가벼운 증세일 경우에는 의원에서 처리하고 중병이면 의원을 거쳐 중소병원으로 가지 않고 막바로 종합전문요양기관(대학병원)을 향하기 때문에 손님잡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병원 및 종합병원의 외래환자수는 전체의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 30병상 이상 병원의 환자본인 부담금은 1만1천1백55원으로 의원의 2천2백원에 비하면 5배가 넘는다.

이에 따라 의원-중소병원-대형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의 붕괴가 우려되고 중소병원들이 살아남기 위해 과잉진료나 부당청구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