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고급화 바람으로 개원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호텔을 빰칠 정도의 호화스런 인테리어와 첨단 의료장비를 갖추기 위한 의원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이로인해 응급환자나 필수질환을 처치했던 의원의 전통적인 기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서울 강남역 주변이나 압구정동 신사동 명동 등 요지에 실평수 30평의 고급형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비뇨기과 등을 개원할 때 드는 비용은 물경 10억원에 달한다.

우선 피부색소질환 치료 및 시력교정용 레이저 등의 의료장비,의약품 및 의료용품 구입에 약 5억원이 든다.

보증금등 임대료가 3억5천만원 들어간다.

여기에다가 평당 3백만원의 인테리어비용과 간판 비용으로 1억원이 든다.

인건비 등 기타 잡비에 5천만원을 써야 한다.

물론 개원 비용은 결국 환자에게 전가된다.

젊은 여성을 유혹하는 성형외과 피부과 등은 밀집지역일수록 잘 된다는게 의료계의 정설이다.

치료효과는 찾아온 고객의 만족도가 입소문과 인터넷을 타고 번지지만 인테리어와 의료장비부터 돋보여야만 환자의 눈길을 끌 수 있다.

요즘 병원 인테리어에서는 널찍한 공간에 선(禪) 이미지의 간결하고 현대적인 스타일이 인기다.

특히 피부과의 경우 의료장비 부담이 크다.

3∼5종의 레이저를 갖춰야만 기미 주근깨 여드름흉터 등 다양한 질환을 처치할 수 있다.

동시에 여러 명을 치료하는데도 다양한 레이저장비가 요구된다.

유명 피부과에는 의사 한명당 하루 평균 50명이 찾아온다.

1인당 평균 30만원씩의 치료비를 내고 간다.

유명 성형외과에는 의사 1인당 하루 5건의 수술을 한다.

1건당 평균 3백만원씩 번다.

요즘 유행인 성기확대술은 ''부르는게 값''이다.

의사에 따라 수술비용이 3백만∼7백만원에 이른다.

이같은 치료는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닌만큼 전액 환자가 부담한다.

그런데 의사들이 내는 세금은 고작 연간 2천만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의료계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는 ''많이 투자해 크게 걷는다''는 것.

이런 현실에서 필수질환보다는 미용을 위한 치료를 위해 개원하는 의사가 늘 수밖에 없다.

그 극명한 예가 손가락이 잘릴 때 수술받을 수 있는 병원은 전국에 20여곳에 불과한데 반해 전국의 성형외과는 5백60여개에 육박하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