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이나 생산직 구분없이 근로자를 괴롭히는 가장 대표적인 직업병으로는 근골격계 질환이 꼽힌다.

지난해 요통환자를 포함해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전체 근골격계 환자는 8백15명.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표면화된 숫자가 그 정도일뿐 실제로는 4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 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해 달라는 신청이 집단적으로 제기될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사례=김모씨는 18세때인 지난 97년10월 임시직으로 H사에 입사해 하루 8시간씩 컴퓨터에 자료를 입력하는 작업을 했다.

일을 시작한지 3개월만에 오른쪽 손목에 물혹(결절종)이 생겨 제거수술을 받아야 했다.

김모(25)씨는 96년8월 모 자동차회사에 들어가 이듬해 2월부터 자동차 문에 고무패킹을 부착하는 조립공정부문에서 일했다.

그는 1년8개월만에 왼쪽 손목의 뼈가 썩어들어가는 월상골연화증에 걸려 뼈 이식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 직업병''=노동부에 따르면 요통을 제외한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업재해 보상을 받은 근로자는 지난 94년 20명에서 96년 3백45명으로 증가했다.

97년과 98년에는 1백33명과 73명으로 다소 주춤하는 기미를 보였으나 이는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산업재해 요양 신청보다는 직장 유지를 중요시했던 분위기 때문이었다.

실제 99년부터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요통으로 산재 처리된 근로자도 98년 51명에서 99년 1백83명,지난해 4백21명으로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 환자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강성규 한국산업안전공단 직업병연구센터 소장은 "1억5천만명의 경제인구를 가진 미국에서 매년 29만6천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2천만명의 경제인구를 가진 한국의 경우 환자수는 4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임상혁 원진녹색병원 산업의학과 교수는 "근골격계 환자가 늘어난 것은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단순 반복작업 횟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근로자의 산업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올들어 병원을 찾는 환자수가 지난해와 비교해 1백배 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집단화되는 산업재해 요양신청=우리나라에서 근골격계 질환이 처음으로 직업병 인정을 받은 것은 지난 86년.

방송국 여성 타이피스트가 손목관절 이상에 대한 산업재해 요양을 신청,소송에서 승소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어 96년에는 전화번호 안내원 96명이 무더기로 직업병 판정을 받아 사회적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와 관련,노동부 관계자는 "과거 근골격계 질환은 생산직에서 주로 발견됐지만 최근에는 사무직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산재 요양신청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그러나 근골격계 환자를 모두 직업병으로 인정할 경우 산재보험 재원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데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은 건강보험처럼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동부는 현재로서는 예방활동이 최선이라는 방침 아래 이달중 현대자동차 등 10여개 사업장을 선정,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할 예정이다.

사장부터 현장 관리자까지 참여해 근골격계 질환을 체계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구축해 보자는 시도다.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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