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어깨 등 근골격계와 고혈압 중풍 등 심혈관계 질환을 앓는 신종 직업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컴퓨터 사용과 과도한 업무상 스트레스 때문이다.

그러나 신종 직업병 환자에 대한 산업재해판정 여부와 보상범위는 현행 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사고가 날 때마다 법정 소송이 벌어지는 등 시간과 비용의 "낭비"도 심각한 상황이다.

신종 직업병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담당부서는 요즘 빗발치듯 하는 ''산재 요양 신청서''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컴퓨터 사용과 단순반복 작업으로 인한 목 어깨 허리 등의 근골격계 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해 달라는 근로자들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게다가 직업과의 연관성을 판단하기 힘든 뇌 및 심혈관계 질환자들의 보상 요구마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들은 "업무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약속만 반복할 뿐 이렇다할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행 법규에는 이들 근로자를 산업재해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직업병을 주장하는 환자의 다른 발병원인을 근로복지공단이 입증하지 못할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을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

21세기 사이버 시대에 70년대식 직업병을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노동부와 근로자 모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급증하는 신종 직업병=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무직원이나 생산라인에서 반복적으로 부품 등을 조이는 단순 작업자 가운데 상당수가 목 어깨 허리 등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이같은 통증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근골격계 질환자는 지난해 모두 8백15명.

지난 99년 3백44명의 2배가 넘고 98년의 1백24명에 비해서는 6.6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 지난해 과도한 스트레스로 중풍이나 고혈압 등에 걸려 직업병으로 인정받은 뇌심혈관계 질환자는 1천6백66명.

99년(1천2백14명) 대비 37%,98년(6백72명)과 비교하면 무려 2백48% 증가했다.

반면 진폐증 등 고전적인 직업병 환자는 99년 2천7백32명에서 지난해 3천4백14명으로 25% 증가하는데 그쳤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97년부터 근골격계와 뇌심혈관계 질환을 본격적으로 직업병으로 보기 시작했다"며 "이 질환과 관련된 소송이 늘면서 매년 산재로 인정받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강성규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직업병 연구센터 소장은 "잠재된 근골격계 환자의 실제 숫자는 수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앞으로 이 질환에 대한 산재 인정여부가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비한 법적 보호체계=노동부는 근골격계와 뇌심혈관계 질환을 ''작업관련성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고전적인 ''직업병''과 이 작업관련성 질환을 묶어 ''업무상 질병''으로 관리중이다.

그러나 신종 직업병인 작업관련성 질환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은 없는 상태다.

당연히 신종 직업병 환자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업무와의 연관성이 명확한 고전적인 직업병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라 △물리적인자에 의한 장해 △유기용제 중독 △중금속 중독 △특정 화학물질 중독 등으로 분류돼 관리되고 있다.

강성규 소장은 "직업병과 작업관련성 질병으로 분류하는 현행 법규는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며 "업무상 질병을 업무와의 연관성 정도에 따라 4가지로 재분류하고 산재 보상범위도 함께 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 대책=노동부는 강 소장 등 전문가들의 제안에 대해 현실적으로 업무와 신종 직업병간의 연관성을 정확히 밝히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운동 여부,음주 여부,작업시간 등 요소가 너무 많아 이를 수치화할 수 없다"면서 "결국 현재로서는 사후 산업재해 보상보다 신종 직업병 예방에 최선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