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필자는 남아프리카 상공을 날고 있었다.

아프리카 최남단 케이프 타운의 희망봉.

인도양과 대서양을 똑바로 가로지르는 정점에 위치한 이 곳에서 나는 젠틀버스(Gentle Birth)의 하나인 수중분만의 원조가 이 곳 케냐 혹은 남아프리카라는 단서들을 찾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 중에는 임신말기에 진통이 심하게 오면 동물적인 본능으로 바닷물 속에 들어가는 이들이 있다.

무릎 이상까지 들어간 후 쪼그리고 앉아 진통을 이겨내는 산모들.

태어나 바닷물 위로 떠오르는 태아를 껴안고 바닷가로 나와서 아기를 배 위에 놓은 채 한참 후에 탯줄을 자른다.

그리고 태반을 백사장 모래에 파묻는게 이들의 풍속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이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매스컴을 통해 밝힌 영상에서 우리는 그 아름답고도 충격적인 탄생의 비밀을 훔쳐보았던 기억이 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본능적인 분만형태.

이것을 모방한게 수중분만의 효시가 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분만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분만과정 자체가 당사자인 산모와 아이에 대한 배려가 소홀하기 때문이다.

병원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분만.

그것이 병원균의 침입을 막기 위한 것이라 해도 아이를 탄생시키는 신성한 과정에 당사자가 소외된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최정원의 분만과정을 통해 본 것은 너무나 존엄한 생명의 탄생이었고 "폭력없음"이었다.

수중분만을 하면 물에 잠기는 신체부분의 부력에 의해 자체 체중에 의한 중력이 감소된다.

감각자극이 줄어 신체가 이완될 뿐만 아니라 정신도 편안해진다.

물 자체가 가진 진통억제효과는 물론 진통 및 분만시간이 줄어든다.

또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 분비가 감소되어 혈압상승도 억제되며 물 속에서 회음부의 탄성이 증가해 회음절개술이 불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체와 신생아간의 유대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분만할때 엄마의 편안한 정서가 신생아에게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신생아의 측면에서는 물(양수)에서 물로의 여행을 통해 급격한 환경변화가 없고 따뜻한 물 속에서의 편안함은 신생아 장기의 조직화를 촉진한다.

물론 태아 및 모성의 감염과 진통할때 태아에 대한 감시가 소홀해지며 비용이 더 든다는 것은 단점이다.

수중분만은 아직까지 많은 논란이 있어 산부인과 의사들이 장점을 잘 살려 보급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홍영재 산부인과 원장 HYJ8888@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