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8백만여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게임인구가 직장 학교 가정을 가릴것 없이 심지어 밤새워 게임에 몰입하고 있다.

케이블TV나 일부 지역민방은 컴퓨터게임도 중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며칠간 게임만 하다가 실신하는 중증 "게임중독증"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게임중독증은 정신적인 문제와 함께 정형외과 또는 신경외과적 질환을 유발할수 있어 예방과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 외과적 손상 ="마우스 신드롬"으로 불리는 누적외상성 장애나 팔목터널증후군이 나타날수 있다.

누적외상성 장애는 반복적으로 키보드나 마우스를 조작하면서 손과 팔의 신경 힘줄 연부조직 근육 등에 생긴 손상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누적돼 생긴다.

나중에는 반영구적으로 기능적인 장애가 나타난다.

목 어깨 팔 등에 뻐근한 통증이 생기고 피부가 붓는다.

처음에는 타박상이나 가볍게 삔 것처럼 보여 쉽게 발견하기 힘들다.

치료는 장기간 휴식하는 것이 가장 좋고 소염진통제를 환부에 주사하거나 냉온찜질을 하는게 도움이 된다.

또 게임하는 도중에 쉬어가면서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서 근육을 이완하고 혈액순환이 잘되게 해야 한다.

팔목터널증후군은 반복적인 손목 사용으로 손목 앞부분의 신경통로가 눌리면서 손이 저리는 증상이다.

팔목터널은 뼈와 인대로 형성돼 있고 이곳으로 힘줄과 손바닥으로 흐르는 정중신경이 통과한다.

장일태 서울 세란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는 "처음에는 손이나 팔뚝의 힘이 약해지고 저리며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다 나중에는 수도꼭지를 돌리기도 힘들게 된다"며 "목디스크로 혼동하고 MRI 같은 비싼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이 많지만 진단이나 치료는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치료는 유동 파라핀에 손을 넣어 쥐락펴락하면서 인대와 근육을 부드럽게 하거나 뜨거운 물에 손을 담그고 5~10분간 쥐었다 폈다 하면 된다.

또 손목에 부목을 고정하거나, 소염진통제를 내복하거나, 손관절부위의 정중신경 주위에 부신피질호르몬제를 주사하면 증세가 약화된다.

그래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손관절의 손바닥쪽 피부를 7~8cm 절개, 정중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횡수근 인대를 잘라낸다.

30분 정도면 수술은 끝난다.

수술 후 손가락의 저린 느낌은 이내 없어지지만 경우에 따라 근력이 회복되는데 1년 이상 걸릴수 있는게 단점이다.

<> 정신과적 문제 =고도리 테트리스 같은 단순한 게임이 "스타크래프트" "바람의 나라" "리니지" 등의 흥미진진하고 폭력적인 게임으로 대체되면서 정신적인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가상공간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는 몽롱함 속에서 폭력 강도 절도 강간 등의 범죄를 저지르기 쉽고 감정이 메마른 무정한 인격을 형성해갈 위험이 높다.

이밖에 게임에 중독되면 초조 불안 두통 광과민성발작 등의 증세가 나타나며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고 부정맥이나 뇌혈류 이상이 생길수 있다.

특히 비만 고혈압 당뇨 등이 있는 사람이 장시간 담배를 피우면서 게임을 즐기면 과도한 흥분으로 심장마비를 일으킬 위험도 배제할수 없다.

게임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현실속에서 경험할 수 없는 사고와 행동을 가상세계에서 실행할 수 있고 억눌러야만 했던 욕구와 불만들을 거침없이 발산시킬수 있기 때문이다.

선천적인 이유도 있다.

뇌에는 도파민 베타엔돌핀 엔케팔렌 등 쾌락을 고양하고 통증을 억제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 "쾌락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은 자극이 생기면 다량의 쾌락물질을 내보낸다.

선천적으로 뇌 구조가 부실하거나 젖먹이 때 뇌 회로가 잘못 형성돼 쾌락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여느 사람보다 쉽게 중독될 위험이 높다.

치료는 환자 스스로 게임중독증에 걸렸음을 인정하고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신지용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게임 의존성이 높은 상태에서 게임을 바로 끊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대신할 수 있는 흥미거리를 개발하고 우울증이나 스트레스성 성격을 개선하는게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다 전문적인 치료로는 <>게임의 실체에 대해 냉철하게 이해하고 행동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 <>입원.격리치료 또는 환자모임에서의 토론치료 등이 있다.

이밖에 충동성을 줄여주고 우울증을 개선하는 선택적 세로토닌 흡수억제제를 투여하는 약물치료와 상담치료 등이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