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창고에 잠자고 있는 한국유물이 벤처기업인의 도움을 받아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게 됐다.

박기석 시공테크 사장은 최근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에서 30여년간 아시아의 역사 문화를 연구해온 조창수(75)할머니에게 7만달러를 기부했다.

조씨는 이 자금으로 빠르면 9월께 자연사박물관 유물보관소에 있는 한국유물에 대한 책을 출간키로 했다.

조씨가 한국유물에 관한 자료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지난 80년대 중반.

박물관 창고에서 그는 버나드 컬렉션으로 명명된 한국유물 1백56점을 접했다.

1884년 박물관측이 한국유물 수집을 위해 조선에 보낸 미국 해군소위의 이름을 딴 것.

하지만 연간 6백만명의 박물관 방문객중 이 컬렉션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박물관 창고에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

조씨는 이를 제대로 정리한 책자를 만들어 한국을 당당히 알려야겠다는 의무감에 지금까지 틈틈이 원고를 집필하고 사진을 촬영하면서 살아왔다.

빨래 방망이를 야구 방망이로 소개하는 현실을 두고볼 수 없다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벽에 부딪쳤다.

돈이 부족했던 것.

영국 과학자의 기부로 설립된 스미소니언박물관은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해당국 정부와 기업의 기부금 없이는 책자를 만들거나 전시회를 갖는 게 불가능하다.

더욱이 조씨가 세상을 떠나면 유물보관소에 있는 한국유물은 다시 오랜 세월 암흑속에 묻히게 된다.

박 사장은 "평생을 정리한 자료를 돌아가시기 전 세계인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돈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한국경제신문(작년 3월13일자)을 통해 접하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조씨를 직접 보지도 못하고 전화통화만 했지만 흔쾌히 송금을 하게 된 것.

물론 사이버박물관 운영 등 문화사업을 하는 기업의 대표로서 의무감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조씨는 북에서 귀환한 조창호 중위의 친 누나다.

평양 출신으로 일제때 경기여고를 나와 일본유학을 거쳐 미국에 정착,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인류학파트의 아시아 문화 역사 담당 전문위원으로 일해왔다.

이 박물관에서 한국의 역사 문화를 연구하는 유일한 전문가다.

16개 박물관과 미술관,그리고 워싱턴 국립동물원을 포함하고 있는 스미소니언박물관에서 조씨가 일하고 있는 자연사박물관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여기에 잠자고 있던 한국유물이 벤처기업인의 도움으로 한국을 평생 연구해온 할머니의 손길을 거쳐 세상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뉴욕=육동인 특파원·오광진 기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