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한 여성이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아왔다.

그녀는 출산 이후부터 남편과 성관계를 한번도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

"질 수축이 심해서 그곳에 남편의 성기는 물론 자신의 손가락조차 못 넣을 지경"이라며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결혼 초부터 이런 증상이 있어 간신히 의사의 도움으로 5년여를 드물게 일을 치러냈다는 그녀는 출산후 더욱 심해지자 황홀하고 기다려져야 할 합방이 고통으로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성행위에서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충분히 느끼기는 하지만 단지 삽입이 안되는게 오히려 더 큰 고통이었다고 했다.

"질 경련"이라 불리는 이 장애는 전체 여성성기능장애 환자의 10%를 차지한다.

증세가 약한 경우에는 애무와 전희를 통해 서서히 다가서면 들어갈 수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그 어떤 것도 입장을 불허한다.

당연히 이런 여성들은 성행위시 불안과 초조감이 생기게 되며 이로 인한 질 근육통이 나타난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번에는 꼭 성공하리라 다짐하지만 번번히 실패하면서 자책감까지 더해져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 일쑤다.

조용하던 가정은 불화의 길을 걷게 되고 남편은 자신의 행위가 아내에게 기쁨이 아닌 고통을 준다는 생각에 성행위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발기장애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아내에게서 번번이 "문전박대"를 받은 남자가 외도라는 극단의 길을 걷는 경우도 생긴다는 점.

이런 여성들은 의식적으로 성관계를 바라지만 무의식에서는 성기의 침입을 꺼리게 된다.

질 경련은 남자의 성기를 "무기"로 생각하거나 첫 경험에서 심한 통증을 맛본 경우, 성행위 자체가 죄악이라는 종교적 의식이 과도한 가정에서 자란 여성에게 흔히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권장하는 것이 "질 확장 훈련"이다.

방해받지 않는 시간과 장소를 택해 편안한 자세를 취한 후 따뜻한 손으로 젤리 등 윤활제를 질에 바르고 손가락 끝 부분에서 시작, 차츰 깊이를 더해 삽입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점점 익숙해지면 손가락 수를 2~3개로 늘려간다.

하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정신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사랑이 고통스러운 여자.

그 고통을 어찌 쉽사리 짐작하지 못하겠는가.

그러나 질 경련은 반사작용에 의한 것으로 마음만 단단히 먹는다고 해서 고쳐지지 않는다.

스스로를 탓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남편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홍영재 산부인과 원장 HYJ8888@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