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자동차 부품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메이저 부품업체의 잇단 진출로 납품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1일 울산시와 업계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프랑스 발레오가 울산 인근 만도기계 경주공장을 인수한데 이어 최근 미국 포드 비스티온 계열의 한라공조가 남구 여천공단 일대에 7천여평의 부지매입을 완료했다.

한라공조는 이곳에 2백여억원을 들여 2002년 시장에 나올 예정인 포드 경차에 필요한 부품조립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독일 보쉬그룹의 1백% 자회사인 캄코사(Kamco)가 최근 울산 진출을 위해 적합한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이처럼 다국적 부품사가 울산에 잇따라 들어오면서 지역내 유력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경영권도 속속 대형 외국기업에 넘어가고 있다.

울산 최대의 자동차 내장부품 생산업체인 덕양산업은 이미 2년전 미국 비스티온에 지분의 51%를 팔았다.

명진엔지니어링 키프코 코리아선루프 한주금속 등 10개 업체도 일본 등 외국인 업체에 지분의 30% 이상을 넘긴 상태다.

이처럼 가속화되는 외국업체의 진출로 중소부품사 50여개사들도 외국기업 및 자본과의 업무제휴를 서둘러 추진하거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취약한 국제경쟁력을 강화하지 않는 한 울산을 포함,영남권 자동차부품산업이 조만간 공멸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 발레오와 포드 비스티온 한라공조 등 메이저 부품사들은 현대자동차에 연간 4조원 이상의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울산의 1차 부품협력업체 48개사는 지난해 총 1조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쳤다.

업계에서는 자생력을 가진 부품업체가 지역내 3백여개사중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부품 전문가들은 "포드가 부품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현대차가 글로벌 소싱을 본격화할 경우 영남권 자동차부품업체들은 안정된 납품처를 잃으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